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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 노인들을 슬프게 마오
오피니언 변평섭 칼럼

[변평섭 칼럼] 노인들을 슬프게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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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치의 암컷은 새끼를 수천 마리 낳는데 그 산고 때문에 시력을 잃어버려 먹잇감을 찾지 못한다. 그러면 부화된 새끼들이 스스로 어미의 입 속으로 들어가 먹이가 되어 준다. 그래서 수천 마리의 새끼가 부화돼도 실제로 생존율은 10%가 안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는 까마귀에게서도 볼 수 있다. 까마귀는 가족들이 무리를 이루는데 늙어 힘이 없는 까마귀에게 젊은 까마귀들이 먹이를 물어다 입에 넣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까마귀의 효성을 옛 사람들은 교훈으로 삼았다. 까마귀는 어미에 뿐 아니라 같은 형제끼리도 우애가 좋아 서로 보살피고 도와주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렇듯 동물에게도 일정 부분 ‘효’의 의식이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1889~1975)는 생전에 한국의 가족제도와 ‘효’ 사상에 큰 관심을 가졌던 인물이다. 한국인의 효 사상, 가족제도에 대한 설명을 듣고 토인비는 감동한 나머지 눈물까지 보이며 ‘한국이 인류사회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 있다면 효 사상이다. 효는 인류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다’라고 격찬했다.

 

토인비뿐 아니라 ‘25시’ 작가로 유명한 게오르규도 197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효 중심 전통문화가 체계화되지 않으면 인류는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효는 우리 한국인의 정신적 핵심 가치였다. 그리하여 송강 정철은 ‘어버이 살아실제 섬기기를 다하여라지나간 후면 애닯아 어찌하리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하고 읊었다.

 

그러나 지금 세계가 부러워하고 높이 평가하던 효 사상과 가족제도는 그 가치가 크게 훼손되어 있다. 심지어 가족제도는 붕괴됐고 효는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고 개탄하는 소리가 높다. 이제 늙으면 ‘까마귀’나 ‘가물치’만도 못한 존재로 전락하여 요양원으로 가야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의원이 ‘인성교육진흥법’ 개정안을 준비하다 대한노인회를 비롯, 곳곳에서 반발에 부딪혔고 다행히 지금은 서랍 속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된 것을 보면, 현행 ‘인성교육진흥법’ 2조에 ‘핵심가치·덕목은 인성교육의 목표가 되는 것으로, 예·효·정직·존중·배려·소통·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되는 핵심적인 가치 또는 덕목을 말한다’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효’를 인성 덕목에서 제외하려 했다는 것. 충효교육을 연상케 할 정도로 지나치게 전통적 가치를 우선하고 있다는 것이 제외 이유다.

 

물론 우리 인성교육에서 유럽이나 일본인들의 장점으로 내세우는 배려, 소통 등의 덕목이 상대적으로 덜 중시되어 왔다. 따라서 이와 같은 인성교육은 글로벌시대 시민의식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효를 ‘예’의 범위 속에 포함시킨다는 발상은 자칫 우리의 전통적 가치를 소홀히 취급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대한노인회가 밝힌 바와 같이 ‘효는 정신적 가치로 더욱 계승·유지·발전돼야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지금 우리는 출산율 저하의 심각한 사태에 직면해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65세 이상 노인 460만명 중 72%가 노후대책 없는 딱한 처지에 있으며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슬픈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이 역시 효 문화의 실종이 오늘의 사태를 불러왔음을 부인할 수 없지 않은가. 더 이상 노인들을 슬프게 하지 말자.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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