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복지 사각지대의 비극… 집중호우에 휩쓸려 노숙인 숨져

남양주 부평교 밑 텐트치고 살던 거동 불편한 50대 기초수급자 갑자기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
최고의 ‘복지도시’ 외치던 市 사전 인지 불구 10여년간 방치
市 “시설입소 권유했지만 거절”

남양주의 한 다리 밑에서 텐트를 치고 살던 50대 노숙인이 집중호우로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더구나 다리 밑에서 10년 간 거주한 이 노숙인에 대해 관할 당국이 사전에 인지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복지 사각지대로 방치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21일 남양주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0시30분께 남양주시 진접읍의 한 주민이 “비가 많이 내려 부평교 아래에서 텐트를 치고 사는 사람을 찾아갔는데 보이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수색에 나선 경찰과 소방 당국은 신고 8시간여 만에 실종된 지점에서 300여m 떨어진 하천가 수풀 더미에서 숨져 있던 A씨(54)를 발견했다. 이날 남양주 진접읍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지난 20일 밤 10시께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124㎜의 비가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10년 전 집을 나와 부평교 아래에서 텐트를 치고 살던 노숙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거주했던 텐트 역시 나무와 실, 풀 등을 주워 만든 움막 수준으로, 이날 내린 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만큼 부실했다. A씨는 평소 일어나 걷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탓에 주변에 낚시하러 오는 사람이나, 인근 주민들로부터 라면을 얻어먹으며 끼니를 때운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특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A씨는 인근에 노숙인 시설이 있었지만, 숙식비와 피복비 등의 비용 부담으로 입소하지 못했고 겨울철에만 가끔 신세를 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인근 주민들이 A씨를 자주 목격한 것으로 보이지만 지인이 거의 없는 등 관심 밖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고의 복지 도시’라고 자평하던 남양주시에서 노숙인이 10년 동안 방치돼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복지 도시 이미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구금, 감금’ 혐의에 적용되는 문제로 강제 입소시킬 권한이 없다. 권유를 했지만 고인이 거절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에 대해 더욱 신경쓰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위해 A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남양주=하지은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