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학교·고교 사학재단 씁쓸한 행태
재단측 “철거는 학교장 재량”… 교장은 “동창회·재단의견 수렴”
본관건물내 친일행각 미화 사진·글 코너까지… 도넘은 역사왜곡
교육의 장이 돼야 할 일선 학교에 40년 넘게 ‘친일파’ 동상이 버티고 있어 논란이란 본보 보도(8월15일자 1면)와 관련, 동상 철거문제를 놓고 해당 사학재단과 학교 간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21일 인천 A중학교와 B고등학교 재단 관계자는 “윤치호 동상 철거문제는 재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학교장 재량행위에 해당된다”며 “동상이 학생들 교육 목적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학교장이 재단 이사회에 상정을 해서 이사회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중학교 교장은 “윤치호 선생의 일대기를 보면 과오도 많지만 공적 또한 많아 우리 민족을 살려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일단 이 분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며, 철거를 위해선 동창회 및 재단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치호는 지난 2002년 발표된 친일파 708인 명단과 2005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정리한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1차 명단에 모두 선정됐을 정도로 대표적 친일파로 꼽힌다.
친일인명사전 수록을 통해 윤치호에 대한 평가가 일단락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해당 중학교 교장은 “역사학자들의 평가도 있었고 국가적으로 친일인명사전을 내기도 했지만, 더 심도 있는 평가를 해서 그 결과를 가지고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중학교 본관 앞에는 지난 1976년에 세워진 친일파 윤치호 동상이 40년 넘게 버티고 있다.
같은 재단 소속인 B고등학교 본관건물 내부에는 윤치호의 친일행각을 미화해 놓은 사진과 글로 장식돼 있다.
윤치호는 1906년 이 학교의 모태인 한영서원을 개성에 설립했다가 인천으로 옮겨 학교를 세운 인물이다.
그는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태평양전쟁이 시작되면서부터 적극적인 친일행위를 펼쳤다.
1910년 일제의 조선 강점 이후에는 일본으로부터 남작 작위와 공채 2만5천 원(현재가치, 약 10억 원)을 받았다.
그는 학도병들에게 친일 관련 강의도 했으며 징병을 권유하는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또 YMCA와 감리교의 ‘친일화’ 작업도 주도했으며 광복이 되기 직전까지 일본 귀족원 의원을 지냈다.
인천시교육청 학교교육과 관계자는 “해당 재단이 사학이다 보니 시교육청에서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지만, 학교에 문제제기를 계속해 철거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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