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제례악 뿐 아니라 연례악과 군례악도 크게 발달하여 치세지음(治世知音)으로서 예악을 숭상했다. 그 중 예(禮)는 질서를 의미하며, 악(樂)은 화목과 조화를 상징한다. 우리조상들은 예악사상을 통해 질서와 조화가 상생하는 이상국가 구현을 꿈꿔왔다.
조선시대 역대 왕들은 음악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음악은 소리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종대왕은 대동정신을 강조하며 백성이 함께 즐기자는 뜻을 담은 ‘여민락’을 직접 작곡하였고, ‘세상을 다스리는 음악이 편하고 즐거우면 정치가 조화를 이룬다’는 선현들의 뜻을 계승하고자 하였다.
우리민족 전통의 음악역사를 한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반만년 역사 속에 살아 숨 쉬며 늘 함께 한 국악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은 드문 실정이다. 서울의 국립국악박물관, 난계국악박물관, 예당국악박물관 등 손에 꼽힐 정도다. 국립국악박물관에서는 악기 전시는 물론 국악인과 국악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규모도 협소하고 인지도도 많이 떨어져 사람들의 발길이 적은 편이다.
한국의 생활문화를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국립민속박물관처럼 국악을 특화한 국악박물관 건립은 우리문화의 자부심이 될 것이다. 명품악기 장인들이 만드는 국악기와 고악기를 전시하고, 악서, 사진, 그림 등 전시는 물론 음악회와 강연회, 체험관 운영 등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대중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대중들을 향한 개방되고 전문화된 국악박물관이 필요하다.
국민에게는 교육시설이 된다. 그 곳에서 선조들이 꽃 피운 음악과 그들의 예술인생에 녹아나오는 의식과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디지털시대를 살고 있는 세대들에게는 오래되고 느리게 형성된 옛 것들이 자극과 감명을 안겨 줄 수도 있다.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형성한 명인명창들에 관한 이야기, 그들의 음악과 삶의 흔적이 담긴 사진과 지도, 문헌 등을 가상현실 뷰어에 담아 시공간을 뛰어넘어 감상할 수 있게 한다면 스마트세대들에게도 새로운 콘텐츠로 접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악박물관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등재된 한국의 19개 종목 중 국악연주가 포함된 11개 종목을 전시 및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또, 우리나라 민간신앙으로 수세기를 이어온 무속관도 큰 의미가 있다.
국악 관련 도서들과 데이터베이스화된 자료를 활용하여 새로운 콘텐츠도 만들어낼 수 있다. 전통연주 의상 전시를 통해 의복과 복식의 변화와 흐름도 확인할 수 있다. 고 음반에서부터 현재 작곡된 국악CD에 이르기까지 전시 및 감상실도 운영하고, 아시아 악기 및 세계의 희귀악기도 함께 악기체험 프로그램 운영도 가능하다.
국악기와 의상체험을 비롯한 포토존 설치,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등의 판소리 소재의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흥미 있는 테마파크 운영 등을 통해 수익사업도 가능하다. 이처럼 국악박물관은 역사적, 학술적 의미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의 다양화 및 국악의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문화산업의 일환으로서 충분한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다.
오늘도 필자는 반만년 우리민족의 전통음악역사를 담을 수 있는 국악박물관, 현재 있는 전시관 수준을 넘어선 국악박물관의 건립을 꿈꾼다. 좀 더 빠른 시일 안에 설립되기를 기대한다. 대한민국 어떤 도시에 세워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국악박물관을 건립하는 지도자와 그 도시는 세계적으로 높은 문화적 수준을 드높일 것이며, 시민들에게는 높은 수준의 문화예술교육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지역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풍요로운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상화 경기도립국악단 예술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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