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기본급 10년째 제자리 최저임금 보장은 딴나라 이야기
새 정부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예고하면서 내년 최저임금도 역대 최고 상승률(16.4%) 속에 7천530원으로 결정됐지만, 법인 택시기사들의 수당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서상 근무시간을 낮추는 택시회사들의 꼼수에 법인 택시기사들에 대한 ‘최저임금 보장’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일 전국택시노동조합 경기지부와 택시업계 등에 따르면 도내 법인 택시회사 소속으로 2교대 12시간 근무를 하는 택시기사들의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은 3~5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운행시간이 12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근로기준법 제58조 ‘근로시간 계산의 특례’에 관한 내용에서 비롯됐다.
해당 조항에서는 ‘운수업과 같이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여긴다. 이런 경우 주간 초과 근로시간 12시간을 초과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법인 택시회사들이 기사들에게 직접 지급하는 임금은 기본급, 주차수당, 무사고수당, 호봉급등으로 이뤄지는데 이 가운데 기본급은 ‘(최저임금)x(근무시간)x(근무일수)’로 계산된다. 최저임금이 오르는 만큼 기본급도 올라야 하지만, 노조 측은 도내 상당수 택시회사들의 기본급이 수년째 같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택시회사들이 최저임금 상승분만큼 근무시간을 줄여 기본급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서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소정근로시간을 회사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법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든 것이다.
실제로 도내 A 운수업체의 근로계약서상 근로시간은 최근 수년 동안 3.5시간에서 3.2시간으로, 다시 2.2시간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택시기사 B씨(58)는 “뉴스에서 최저임금이 오른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우리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라며 “우리가 받는 기본급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택시회사들은 회사 운영 여건상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한 택시회사 관계자는 “기사들이 나가서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소정근로시간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근로계약서 내 근무시간을 실 근무시간과 똑같이 맞춰주면 사납금도 그에 맞게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병돈ㆍ수습 최수연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