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 지역 무형유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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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통틀어 경기도는 역사적으로 정치·경제·군사·문화의 가장 중요한 지역이었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경기도는 지정학적 측면에서 수도인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를 둘러싸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황해도, 동쪽으로는 강원도, 남쪽 및 남동쪽으로 충청도에 각각 접하는 지역으로써 서쪽으로는 서해까지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경기도는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북과 남을 포괄하는 지역이요, 일찍이 서해를 통하여 중국과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선진문화에 대한 이해와 수용의 발전적 토대를 이룰 수 있었기에 경기도가 갖는 문화적 잠재력 또한 크다고 볼 수 있다.

 

경기도에는 유·무형의 풍부한 역사적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11개의 국보, 165개의 보물, 69개소의 사적, 4곳의 명승, 19개의 천연기념물, 12종목의 국가무형문화재, 53종목의 경기도 무형문화재, 255개의 경기도 유형문화재, 22개의 중요민속문화재 등을 보유하고 있다. 가히 문화유산의 보고(寶庫) 지역이다.

 

최근 들어 경기도는 중국의 관광객 감축과 한류금지령으로 중국관광객 유치에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내기 위하여 해외의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개별 자유여행객을 유치에 힘을 쏟는 등 해외관광객 유치 다변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유럽과 미주에서 오는 올림픽 참관객들이 경기도를 관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하여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의 관광운영 실태를 살펴보면 경기도가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문화유산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원의 예를 들어보자. 수원시는 미학적으로 뛰어난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답게 20년 가까이 관광산업에 공을 들여온 도시이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수원시가 관광산업에 성공한 도시라고 평가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하다.

 

수원 화성행궁에 도착하여 행궁을 둘러보고 행궁 앞에서 펼쳐지는 무예 24기 상설시범 공연을 보는데 1시간 반이면 족하다. 행궁을 둘러본 후에 행궁 앞에서 3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화성어차를 타고 팔달문, 수원화성박물관, 연무대, 화홍문, 화서문, 화홍문, 방화수류정과 용연, 화성장대, 동장대, 창룡문, 서북공심돈과 화서문, 서북각루를 둘러보는데 반나절이면 족하다. 그리고 공방거리와 통닭거리, 전통시장인 남문시장을 둘러보는데 반나절 정도가 걸려 현재의 콘텐츠로는 수원 관광에 하루면 충분하다. 관광산업이 성공하려면 하루에 뚝딱 보고 떠나는 관광이 아니라 체류형 관광이 되어야 한다.

 

수원의 경우 체류형 관광이 되기 위해서는 볼거리나 즐길거리, 먹거리가 현재보다 더욱 풍성해져야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수원의 관광 콘텐츠가 유형유산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무형유산 콘텐츠가 빈약하다. 수원사람들은 수원이 무형유산의 엄청난 보고였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수원은 조선조 광대들을 관장하던 화성재인청이 있던 곳이고 화성재인청의 예술이 있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제57호 경기민요, 제92호 태평무, 제98호 경기도 도당굿,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승무와 살풀이춤은 화성재인청의 광대들이 보유하고 있었던 예능이었다. 그밖에도 화성재인청 광대들이 보유하고 있던 예능들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원시는 이러한 무형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수원시가 역사·문화도시임을 천명하고 있지만 정작 이러한 전통 무형유산을 관광객들에게 보여줄 상설 극장도, 시립 전통공연예술단도 없다.

 

이러한 현상은 수원시만이 아니라 경기도 전역에 걸치고 있다. 경기도의 각 지자체는 자기 지역만이 갖고 있는 차별화되고 특성화된 문화유산을 발굴·조사하여 상설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할 것이다. 어디에 가도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반드시 그 지역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언제라도 볼 수 있는 차별화되고 특성화된 상설 공연과 전시가 이루어져야한다.

 

김승국 경기도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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