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엔 33도를 웃도는 더운 날이 7월에 한정됐던 것이 2014년 이후엔 5월에도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우리는 극심한 가뭄으로 농업용수는 물론이고 생활용수까지 위협받고 있다. 온난화 속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저마다 폭염 대처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일시적 폭염피해에 대비하는 1차 생산품에 대한 방안일 뿐 매년 반복되는 폭염을 대비하는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즉 1차 생산품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문화,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변화한 환경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폭염과 관련해 가장 취약한 계층에 대한 관심이 그렇다.
매년 7~8월이 되면 폭염과 싸우는 이들이 있는데 바로 작은 창문과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살아가는 쪽방촌, 판자촌 사람들이다. 이들은 비좁은 골목에 한 평도 채 되지 않는 공간에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방안에 밥솥과 냉장고가 놓여 있고 여름엔 쓰지 않는 연탄난로가 들어서 있다. 빼곡히 쌓인 살림은 실내를 더욱 덥게 만들다보니 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는 2시가 되면 삼삼오오 공원에 모여 땀을 식히기 일쑤다.
그리고 이맘때쯤이면 기억나는 한 아이가 있다. 10만 명 중 1명 나올까 말까 한 희귀병에 걸렸는데 그간 수술로 온몸에 퍼진 암덩어리를 잘라내고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아직도 병원에 다니고 있다. 버스로 4시간 거리를, 엄마 등에 업혀 오가기를 반복하는데 폭염에 입·퇴원을 반복하기란 얼마나 힘든지 보통사람은 잘 모를 거다. 앞으로 얼마나 체력이 견뎌줄지 모르겠다. 이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폭염피해를 가장 먼저 받을 사람들이라 걱정된다.
‘적십자는 생명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우리 적십자는 후원자를 찾아 폭염피해에 취약한 가구와 위기가정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폭염에 지친 사람들에게 대나무 돗자리, 쿨매트, 생수, 포도 등을 제공하고 더 지원이 필요한 세대에는 ‘희망풍차’ 지원프로그램 결연세대로 선정해 매월 꼭 필요한 의식주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끊임없이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다행히도 지난 21일 인천시는 ‘노숙인·쪽방주민 보호대책’을 수립해 시행한다고 한다. 6~9월을 집중보호기간으로 정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대응반을 구성·운영하고 각 구·군에서도 현장 구호활동을 펼친다고 한다. 또한 남성노숙인 쉼터 임시주거지원사업장과 임시 쉼터로 지정된 쪽방상담소 만석분소에 에어컨과 생수 2만병을 지원한다고 한다. 사람을 중요시 생각하는 정책이다. 정말 박수받아 마땅하다.
자연과 사회가 변해도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람의 생명이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구하는 일의 첫 시작은 우리 주변에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이다. 예사롭지 않은 폭염에 철저히 대비해 아까운 생명을 잃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황규철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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