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기간 5년인데… 파리만 날릴판”
서울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던 K씨(35)는 삼성전자가 평택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조성한다는 뉴스를 보고 솔깃했다. 지난해 6월 문구점을 정리하고 수중에 가진 3억 원을 전부 투자해 고덕산업단지 인근에 음식점을 개업했다. 보증금과 내부 설비 비용 등이 부담됐지만, 자신의 판단을 믿고 5년 계약을 체결했다.
K씨의 예상대로 처음 3~4개월간은 하루 500인분(250만 원) 씩 팔 정도로 매출이 좋았지만, 라인 1기 주요 공사가 마무리된 지난해 12월 이후 하루 150인분(75만원)으로 줄어들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추가 건설 계획도 현재로서는 없어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K씨는 “이렇게 빨리 침체기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며 “매달 1천만 원의 임대료도 감당 못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삼성전자 평택 고덕산업단지를 통해 ‘평택 드림’을 꿈꾸던 인근 식당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0만 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수억 원을 투자해 음식점을 차렸지만, 계약 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폐업 위기에 처해서다.
15일 평택시와 요식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재 고덕산업단지 인근에는 약 30여 개의 음식점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음식점은 대부분 라인 1기 건설이 한창이던 지난 2015년 3월 이후 새롭게 문을 열었다. 당시 공사 현장에 투입된 근로자는 1만8천~2만여 명으로 사내식당이 수용하기에는 벅찬 인원이었다. 이에 따라 100평(330㎡) 이상의 대형 음식점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 가운데 2015년 3월 개업한 J 음식점은 같은 해 6월부터 하루 평균 500인분(250만 원)을, 특히 지난해 6월부터 연말까지는 2천500인분(1천250만 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삼성전자 특수’를 톡톡히 봤다. 다른 음식점들도 지난해 6월부터 연말까지 6개월 동안은 하루 평균 500~1천 인분을 판매할 정도로 호황기를 누렸다. 이에 1평(3.3㎡)당 월 10만 원 안팎이던 상가 임대료는 20만 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요 공사가 끝나면서 근로자 대부분이 빠져나가 잔류 인원이 2천 명도 채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 음식점들의 하루 평균 매출은 100~200인분에 불과하다.
음식점 업주 L씨(58)는 “지난해 연말부터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해 이달부터는 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30여 개 음식점 중 이익을 내는 곳은 2곳 정도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해영ㆍ이명관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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