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는 자연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과 긴장 관계를 미술로 풀어내는 2017미술농장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경기문화재단의 지역예술활동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으며 자연에 대한 각기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작업하는 여섯 명의 작가들이 참가했다.
대안미술공간 소나무에서 열린 이번 전시의 주제는 ‘녹색 게릴라’다. 자연계를 상징하는 ‘녹색’과 현대문명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예술가들을 상징하는 ‘게릴라’의 합성어이다. 이 전시를 통해 작가들은 적진 속 게릴라의 시선으로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았다.
김순임은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깨끗하게 다듬어진 과일과 채소의 씨를 받아 싹을 틔웠다. 작가는 상품화된 생명들을 ‘자라나는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전원길은 새로 개설된 콘크리트 도로를 축소하여 온실 안에 모형으로 설치하였다. 콘크리트 도로가 주변의 자연을 더욱 쾌적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통해 자연과 문명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온실에 전시된 두 사람의 작품은 식물이 성장함에 따라 매일 새로워진다.
마틴 밀러(Martin Miller)는 닭이 선택한 단어를 조합하여 예언적 텍스트를 만들었다. 닭이 인간의 행운을 결정해 주는 존귀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반영한 작업이다. 임승균은 안성천에 임신 테스트기를 담그는 엉뚱한 실험을 하거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들을 감시, 수집하는 등의 활동을 하였다. 텍스트와 행위를 작업의 중요한 전달 매체로 사용하고 있는 이들의 작업은 예술적 상상력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게 한다.
권오열과 최예문은 잠깐 스치는 일상의 장면과 삶의 한 부분을 예술적 창작의 모티브로 삼았다. 권오열은 너른 목초 밭에 쌓아 올린 행사용 의자와 무자비하게 가지가 잘려나간 가로수를 찍은 사진작업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최예문은 투명 용기에 잡초를 담아 높이 쌓아올렸다. 잡초 뽑기라는 무심한 행위가 풀들을 위한 기념비로 되살아났다.
자연과 일상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녹색게릴라들은 살아있는 자연 안으로 그들의 작업을 확장하고 있다. 어쩌면 이들은 우리의 몸속에 깊이 숨겨 두었던 자연과의 소통을 위한 비밀스런 감각을 꺼내 보여주고 있는 지도 모른다. 자연의 숨소리를 듣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지구는 다시 그 왕성한 생명력을 회복할 것이다.
‘녹색 게릴라’들의 은밀하면서도 당돌한 움직임이 현대미술의 층위를 보다 두껍게 하고 자연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상생의 미학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길 기대한다.
전원길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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