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민망한 문화주권의 현장을 보며

-새로운 문화자본, 창조도시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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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10월, 인천광역시는 인구 300만 명 시대를 맞이하였다. 이에 인천광역시에서는 지역의 주인이 바로 인천시민들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주권을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인천의 가치재창조를 확보하고, 시민들의 소속감은 물론 나아가 관광객 유치를 위한 산업 활동까지 아우를 수 있는 문화주권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문화주권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지난 6월 2일 인천 중구에서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100년이 넘은 근대 건축물이 눈 깜박할 사이에 없어지고 그 자리에 아이러니하게도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이 들어선다고 한다. 관광객이 보고 싶어 하는 관광자원을 앞으로 설명할 때 “여러분들의 주차장 발아래에는 한국 최초의 비누공장 애경사 건물이 있었습니다. 이를 부수고 주차장을 마련했습니다. 잘 했죠?” 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참 답답하다.

 

프랑스의 학자 부르디외는 프랑스의 문화와 지적 전통을 가지고 사회를 관찰하면서 자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했다. 그는 고전적 의미의 경제자본 외에 사회의 연결망과 관계의 관점에서 본 사회자본,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 본 문화자본의 개념으로 자본의 개념을 재해석했다. 이러한 이론에 기반을 둔 문화자본의 개념은 창조문화도시의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그래서 도시개발에 있어 과거 원도심의 쇠퇴를 맞이하여 공장으로 사용되는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고, 성공한 다양한 도시의 사례들이 있다. 공장지대를 미디어단지로 만든 영국의 버밍햄, 음악과 영상단지를 만든 쉐필드, 문화시설을 활용해 도심을 재개발한 글라스고우 등이 있으며, 특히 스페인의 빌바오는 선착장과 화물차로 인한 공해로 비위생의 항구도시였는데 긴 공장굴뚝의 건물들을 구겐하임미술관이 있는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탈바꿈하였다.

 

영국에서는 커뮤니티 매입권(Community Right to Buy)이라는 정책이 있다. 마을별로 중요한 펍(대화와 교류의 장소로서 마을사랑방 역할), 커뮤니티센터, 도서관, 마을가게 또는 놀이터와 같은 시설이 매각에 나왔을 때 조직화된 지역 커뮤니티조직이 그 입찰에 우선 응모할 권리가 존재한다.

 

우리는 애경사를 계기로 근대문화유산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보존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지역의 커뮤니티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공간을 지역의 조직화된 공동체가 관과 함께 지켜내는 방법을 찾을 때이다. 가까운 서울의 경우만 보더라도 미래유산제도를 두었으며, 이를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미래세대에게 가치 있는 유무형의 모든 것, 서울사람들의 공통의 기억과 또는 감성으로 미래세대에게 전할 100년의 후의 보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우리는 애경사의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인천에 존재하는 유무형의 보존되지 않는 다양한 문화자산을 발굴하고, 이렇게 발굴된 자산이 제도적 정책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모아야 할 것이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처럼 인천의 문화주권을 바로잡을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남승균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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