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분단문학, 통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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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군사분계선에 근무하는 국군 상등병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철조망을 따라 경계근무에 나선다. 어느 날 철조망 너머 북쪽 땅에서 햇빛을 받아 반사하고 있는 작은 돌멩이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그 돌멩이가 하필이면 어머니의 얽은 얼굴을 닮았다. 반가움에 나도 모르게 철조망 너머로 손을 뻗는다. 그때 등 뒤에서 권총에 장진하는 소리가 들린다. 

소대장이 휴전협정 위반임을 알린 것이다. 그때 북쪽 병사가 나의 뜻을 알기라도 한 듯 그 돌멩이를 집어 철조망 사이로 건네준다. 그것도 휴전협정을 한 치도 위반하지 않은 채로. 나는 어머니의 얽은 얼굴을 닮은 그 돌멩이를 한시도 놓지 않은 채 애지중지 여기며 가지고 논다. 휴가를 얻어 집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다가 낭패한 일을 당한다.

혹여 건빵이라도 있나 하고 삼촌의 가방을 뒤지던 조카 녀석이 기대와는 달리 아무 짝에도 쓸 데 없는 돌멩이를 보자 화가 난 나머지 집 앞 시궁창에 던져버린다. 깜짝 놀란 나는 바지를 걷고 들어가 시궁창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마침내 돌멩이를 찾아들고 나온다. 구경하던 사람들의 입에서 “미친 사람이구먼!”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미소를 짓는다. 휴가를 마치고 귀대 길에 오른 나는 기차가 떠나기 전 배웅 나온 여동생의 손에 그 돌멩이를 쥐어준다. 그러고는 기차 의자에 등을 묻은 채 곤한 잠에 빠져든다.

 

유현종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으로 꼽히는 <뜻 있을 수 없는 이 돌멩이>란 단편소설의 줄거리다. 이 작품은 하찮은 돌멩이를 통해 분단의 아픔을 이야기함과 아울러 통일의 열망을 보여주고 있다. 전후문학의 백미라 할만하다.

 

현충일과 한국전쟁이 함께 들어 있는 6월은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박완서는 오래 전 어느 해 6월, 한 지면에 ‘상처는 아물되 가끔 덧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지난날을 잊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백 번 옳은 얘기다. 한국전쟁은 ‘휴전’이라는 그럴 듯한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다. 끄집어내기 싫어도 잊어서는 안 되는 게 바로 그날의 이야기다.

 

이범선의 단편소설 <오발탄> 역시 분단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북에 고향을 두고 남하한 회계사 송철호의 노모는 지나친 향수병으로 하여 정신이상까지 일으킨다. 그러고는 하루 종일 벽을 항해 누운 채 노인네답지 않은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가자!”만을 외친다.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지난날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요즘 세대야 6ㆍ25 한국전쟁을 알 리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관없는’ 일쯤으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문학 또한 이미 낡은 과거가 돼버렸다고 해서 케케묵은 이야기쯤으로 외면해서도 안 될 것이다. 작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직도 가장 싱싱하고 매력적인 소재가 바로 저 아문 듯해 보이는 ‘상처’가 아닐까 싶다.

 

단편소설 <수난 2대>는 하근찬의 출세작이다. 대동아전쟁에 끌려가 팔 하나를 잃은 아버지가 한국전쟁에 나가 다리 하나를 잃고 돌아온 아들을 등에 업고 냇가에 놓인 외나무다리를 건넌다. 조심스레 한 발, 한 발을 떼어 다리를 무사히 건넌다. 소설 속의 부자는 다름 아닌 우리 민족이다. 전쟁이라곤 꿈에서조차 겪어보지 못한 요즘의 작가들에게 왠지 ‘통일문학’을 주문해보고 싶다.

 

윤수천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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