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정년’ 제도에 발목 잡혀 ‘경찰조직 떠나는 젊은 경정

총경 승진기회 적어 경쟁 치열 탈락한 경정들 40~50대 퇴직 인사청탁 등 부작용 개선 필요

경찰서 형사과장 급인 ‘경정’들이 ‘계급정년’이란 벼랑 끝에 내몰리는 등 압박이 거세지면서 결국 승진 청탁이란 비리의 단초를 제공하는 등 각종 부작용과 허점이 드러나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계급정년이란 일정 기간 승진하지 못한 채 한 계급에만 머물러 있을 시 강제 퇴직시키는 제도로 위계질서가 강한 군과 경찰에만 있다. 경찰의 경우, 계급정년 상향치를 경정(5급) 14년, 총경(4급·경찰서장) 11년, 경무관 6년, 치안감 4년 등으로 각각 정해놨다.

 

문제는 경정급에 있는 계급정년이다. 도내 7명을 포함, 한해 불과 80명 만이 경정에서 총경으로 승진할 만큼 승진 기회가 매우 적은데, 이때 승진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50대 초반 퇴직해야 해서다.

 

일반적으로 경찰대학 출신은 24세에 경위(7급)로 입직, 상당수가 30대 경감(6급), 40대 경정 등으로 각각 진급한다. 대개 주력 승진 연차가 경정 7~9년 차인데 해당 3년 이내 승진하지 못하면 결국 40대 후반부터 다른 직장을 알아볼 수밖에 없다. 이는 최근에 두드러진 현상으로, 1~5기의 초기 경찰대학 출신들이 50대 초반 계급정년 사례가 종종 나오고 있다.

 

이처럼 해당하는 출신 경찰들이 받는 중압감이 상당하자 일부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지난 2013년 10월 고양에서 당시 A 경정(경찰대학 5기)이 “(총경에 대한) 승진압박이 크다”는 식의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더욱이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소속 한 총경은 경정 시절 고위직에 승진을 부정 청탁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최근 감찰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한 고참급 경정은 “계급정년은 숙련된 베테랑 공무원을 내쫓는, 경찰조직만의 불합리한 제도”라며 “심지어 일부 경찰 수뇌부는 이를 악용, 경정에게만 일을 몰아 밤샘 근무를 시키는 등 내몰려 일하는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고령화 사회에 발맞춰 오는 2023년부터 공무원 정년을 65세로 연장한다고 밝힌 반면 경찰은 수십 년 된 계급정년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 이 제도가 미칠 파급은 커질 전망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는 계급정년을 막연히 없애면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며 “정년연장에 발맞춰 현실성 있게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의정부=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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