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 통학로 주변 주택만 자리
300m거리 편의점에 학생들 불편
지난 5월5일 ‘양평군 어린이 큰잔치’가 열린 양평 군민회관. 청소년위원회가 마련한 부스에는 ‘군수님 할 말 있어요!’란 제목의 노란색 패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학생들이 쓴 색색의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시설공사를 제한하고 자연을 보호해 주세요’, ‘도서관에 바이러스 서적 좀 늘여주세요’, ‘신호등이 너무 적어요’…. 자못 어른스런 의견 중에 유독 눈에 띄는 메모가 있었다. ‘양평중학교에 매점 만들어 주세요’다.
양평읍 공흥리 나지막한 산비탈에 자리 잡은 공립 양평중학교(교장 김덕수)는 올해로 개교 70년을 맞았다. 군내 12개 중학교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김선교 현 양평군수도 이 학교 출신이다. 학생들이 교내 매점을 그토록 갈망하며 선배이기도 한 군수에게까지 도와달라고 요청한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 15일 오후 학교를 직접 찾아가 봤다. 학교 정문 옆 철망으로 된 울타리에는 ‘학교주변 200M는 식품안전보호 구역입니다’ 라는푯말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학교 주변을 돌아본 결과 흔히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어떤 종류의 가게도 볼 수 없었다. ‘불량’을 걱정해야 할만한 군것질거리를 파는 가게는 더더욱 없었다. 학생들이 이용하는 약 300미터의 오르막 통학로 주변에는 몇 동의 빌라와 주택들이 있고, 건물들 사이에는 파나 상추가 자라는 밭들이 있을 뿐이다.
다음 날인 16일 오전 8시, 학교에서 약 300미터가량 떨어진 큰 길가 작은 편의점은 십여 명의 학생들로 붐볐다. 이곳은 양평중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가게다. 아침부터 햄버거나 과자를 먹는 학생들은 물론 아이스크림을 먹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이 편의점을 찾은 학생 대부분은 간식거리가 든 비닐봉지를 가방에 넣고는 학교로 올라간다.
한창 식욕이 왕성할 중학생 시기인지라 일부 학생들은 ‘학탈’(학교탈출)을 감행하기도 한다. 수업 종료종이 울리면 난리가 나기도 한다. 교실에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편의점까지 왕복 800미터 언덕길을 쉬는 시간 10분 안에 주파하려면 전력질주를 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 학교 전교회장인 임은서(3학년) 학생은 “언젠가 선생님이 아침을 먹고 등교하는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한 적이 있다. 손을 든 학생은 우리 반 서른한 명 중에 대여섯 명 정도였다.
학생들은 늘 배가 고프다. 쉬는 시간마다 누군가는 과자 봉지를 뜯는데, 모두가 달려드니 순식간에 빈 봉지가 되기 일쑤다. 급식을 두 번 먹는 학생도 꽤 있다”면서 “학교에 매점이 생겨서 배고픈 애들도 없어지고, 모두가 노력해서 건강한 먹을거리를 파는 그런 매점 꼭 만들고 싶다”고 강한 바람을 나타냈다.
이 같은 학생들의 요구에 이남희 교감은 “학생들의 바람과 고충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학교 내에 매점을 둘 공간이 없고 현재 632명이라는 비교적 적은 학생 수로는 매점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양평=장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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