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문화의 상대성에 주목하고 다른 문화를 융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문화주의는 인류학적, 사회학적으로 다양성을 내포하며, 문화는 물론이고 정치, 경제, 사회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다문화 현상은 과거 인류의 역사 속에서도 상존했다. 하지만 과거의 다문화주의는 지배적인 문화의 억압으로 인하여 개인과 소수집단의 가치실현이 왜곡되었지만, 현대에 나타나고 있는 다문화주의는 한 문화에 기반 하지 않고 여러 문화의 다원성과 상대성을 원칙으로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얻어진 산물이라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
우리의 국악도 문화적 다원성과 상대성을 원칙으로 아시아음악 속에 넣고 보아야 더 정확히 보인다. 우리 음악이 글로벌 문화로 꽃피우기 위해서는 우선 문화적 동질성이 있고, 다양한 음악문화를 지니고 있는 아시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국음악과 아시아 음악이 융합하여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오리엔탈리즘에 저자로 잘 알려진 에드워드 사이드(Said Edward)는 어떤 문화도 단일하거나 순수하지 않으며, 모든 문화는 상호간의 영향을 통해 혼합되고 변화한다고 하였다. 문화의 발전은 이처럼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신뢰를 쌓아갈 때 가능할 것이며, 비로소 불통이 해소되고 인간사이의 복잡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우리나라는 다문화학생 10만명 시대에 들어섰다. 10년 만에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경기도는 다문화학생이 2만3천723명으로 전체의 약 2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다. 문화는 사람이 모여 상호간 소통을 통해 혼합된 생성물인 만큼 경기도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문화 창조에 필요한 풍부한 문화자원의 보고라 할 수 있다.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문화를 통한 공감과 소통으로 다문화가정의 부부간 갈등을 해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컨대 한국인 남성 배우자가 부인의 고향인 베트남 노래 한 곡정도 부를 수 있다면 어떨까. 노래를 함께 부르며 공감할 수 있고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깊어질 수 있다.
서양음악이 대부분인 한국문화 중심에서 벗어나 아시아문화를 이해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그들이 익숙하고 듣고 싶은 음악을 우리식으로 새롭게 요리해서 더 맛있는 음악을 들려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한국의 불고기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불고기 버거’로 미국에 역 수출 한 것처럼 우리 한국음악의 바탕이 그들의 문화와 어우러지고, 한류의 파도를 타고 대한민국을 넘어서 아시아 전체가 향유하는 음악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다가오는 5월27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리는 경기도립국악단 기획공연 ‘아시아 송 페스티벌’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다문화사회의 상대적 소외를 극복하고 소통과 창조적 문화발전을 위해 기획한 음악회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몽골, 북한 등 각국의 정상급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의 국악관현악 반주에 맞추어 공연을 펼친다. 아시아 국가들의 대중가요에는 그 나라의 문화가 자연스레 녹아 있다.
각 국 언어로 전달되는 메시지로부터 아시아 음악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소통의 자리가 될 것이다. 다문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떠한 장벽이 없이 함께 즐길 수 있을 때 우리가 나눌 수 있는 문화의 폭도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며, 진정한 소통과 창조적 문화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최상화 경기도립국악단 예술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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