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 용현동에 사는 A씨(43)는 지난달 14일 출근길에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집 앞에 차를 세워뒀는데 누군가 새벽에 차를 심하게 긁고 도주했던 것이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범인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보험사의 조언에 체념했다. 뺑소니는 경찰관 1명이 인근에 설치된 수십 시간짜리 CCTV를 돌려봐야 하는 탓에 제대로 신경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정부경찰서는 이를 쉽게 해결했다. 전국 45곳의 지방청 및 일선서 형사과가 사용하는 시가 2천500만 원 상당의 동영상 축약프로그램을 지난달 전국 최초로 뺑소니 범인을 찾는데 도입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절도, 살인 등 강력범죄가 발생했을 때 사용됐다.
이 프로그램은 저장된 움직임만 골라 분석한 뒤 영상 수십 시간을 불과 10분 이내로 압축시킨다. 범인 한 명 잡는데 10분이면 가능하다. 경찰에 붙잡힌 B씨(49)는 범행을 부인했다 해당 압축 영상을 본 뒤 뺑소니를 시인했다.
10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처럼 인명피해 없는 차량사고의 경우 경기북부에서만 한해 2만1천300여 건이 발생한다. 이 중 A씨 사례처럼 도주 건수만 1만4천300건에 이를 만큼 매일같이 수십 건의 뺑소니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전국 교통경찰들을 사건 하나에 CCTV를 일일히 조사하는 실정이다. 이에 한 교통경찰이 형사분야에서만 쓰던 프로그램을 교통에 도입하자고 건의했고, 도입 한 달도 안 돼 업무 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경찰은 획기적 아이디어라고 판단, 전국적으로 확대해 시범 운영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뺑소니는 범인 검거율이 20~30%대 머무는 등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며 “해당 프로그램 도입 덕분에 검거율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정부=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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