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지난번의 세기적인 바둑대국을 벌린 알파고와 같이 스스로 배워서 문제를 해결하는 로봇들은 문제를 알아서 해결해 주는 새로운 로봇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기대는 다른 한편으로 걱정스러운 면이 있다. 인공지능산업이 발달하면 할수록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언들이 나오고 있다.
로봇산업이 산업혁명 이후의 인류의 역사에서 나타나는 신기술처럼 새로운 산업들을 만들어내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엄청난 데이터들을 저장하고 읽어내어서 문제 해결의 방안을 신속하게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사람이 그동안 해결하지 못하던 일들을 처리하는데 그 수요가 급속히 늘어갈 것이고 사람들의 생활도 더욱 편해질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걱정하고 우리가 준비하여야 할 일은 4차 산업 발전이라는 경제적인 과제만이 아니다. 인간사회에서는 이제 일자리도 쪼개어서 여러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고자 하는데 로봇의 발전은 그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고 우려되는 것이다. 이런 일은 현재에도 수없이 일어나고 있고 아마도 새로운 로봇산업이 발전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아니다. 더욱 가속될 따름이다.
인공지능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줄이는 것을 어떻게 대처할 수가 있을까? 바로 교육과 문화 영역의 체질개선이다. 새로운 산업체계에 대비하기 위해서 이미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의 육성이 화두가 되고는 있지만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문제는 우리사회의 분화과정에서 만들어진 교육과 문화의 격벽현상 때문이다. 문화와 교육은 동전의 표리 같은 존재이지만, 정부의 조직에 있어서 별도로 운영되고 이에 따라서 사회적으로 두 분야가 활동하는데 적극적인 정책성 연관성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과거의 것이든 현재의 것이든 간에 문화에서 배우고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고 문화를 후손에게 물려준다. 그런데, 배움이 체제적으로 구성된 방식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효율성이 없다. 신라의 화랑제도같이 사회 속에서 사람들의 문화를 보고 느끼고 융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고 하는 기회가 많아지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화는 교육의 자원이자 생산의 방편이기도 하고 소비의 대상이고 미래사회의 확장성이 가장 큰 영역이다. 로봇시대에 문화야 말로 인간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인간의 건드릴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일 것이다. 다양한 로봇의 생산을 주도할 수 있는 창의성을 기르는 방안은 바로 문화체험을 통한 ‘스스로 깨달음 교육’일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전개될 로봇시대의 새로운 문화를 우리가 선도하게 만드는 것이 미래전략의 핵심이다.
그리고 문화는 로봇시대의 인간의 늘어난 잉여시간을 보내는 수단으로서도 대단히 중요하고 앞으로 획기적인 문화향유모드의 선도를 구상하여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바로 앞에 닥친 일자리의 해결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인 것이다. 인간 사회의 이 밀레니움 미션의 해결책은 바로 교육과 문화, 우리 사회에서 두 거대 분야의 통합적인 운영체제의 개발이며, 현실적으로 창의성의 개발이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제라고 할 수 있다.
배기동 한양대 교수·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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