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프랑스의 정체성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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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23일 개최되는 프랑스 대통령선거에서 극우 ‘르펜’ 후보와 중도 ‘마크롱’ 후보가 예측 불허의 불꽃 접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에 충격을 준 영국의 EU 탈퇴 선택과 미국민의 트럼프 대통령 선택에 이어 유럽의 중심부인 프랑스에서 유권자들이 어떠한 정치적 선택을 할 것 인지가 주목된다.

 

첫째, 유럽에서 극우주의 정권의 탄생 여부이다. 르펜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EU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 실시, 이민감축과 규제를 위한 국경봉쇄, 유로화 대신 프랑화로 환원 등 반EU, 반이민, 반 이슬람의 프랑스 우선주의를 공약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EU탈퇴가 현실화 되면 유럽 전역은 엄청난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다. 

EU 탈퇴 도미노 현상이 뒤따르고 EU가 해체될 것이며 2차대전 후 유럽 안정의 주춧돌 역할을 해온 프랑스-독일 간 연대관계도 붕괴될 우려가 크다. 작년 말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 금년 초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극우정당이 집권에 실패했으나 프랑스에서 1940년대 이후 처음으로 극우주의 정권이 수립될 것인지 주목된다.

 

둘째, 금번 선거를 프랑스의 정체성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영국의 경우 EU 체제하에서 급증하는 이민유입과 강화된 EU의 통제로 인해 영국의 정체성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어 EU 탈퇴를 결정한 주요한 배경이 되었다. 르펜 후보도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 높은 청년실업률, 빈번한 테러 발생 등 프랑스가 당면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EU로부터 유래한다고 주장하면서 EU를 탈퇴하여 프랑스 고유의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톨레랑스’(tolerance, 관용 정신)가 존중받아 왔다. 즉, 자신과는 다른 것을 배척하지 않고 다양성(diversity)으로서 수용하는 개방적 정신문화인데 프랑스 사회와 문화의 정수를 이루고 있는 가치이다. 프랑스가 국민적 긍지로 자부해온 관용정신을 버리고 르펜 후보의 프랑스 우선주의의 대중영합적 조류에 편승할지 궁금하다.

 

셋째, 프랑스 대선에서도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국민들의 최우선 관심사인데, 르펜 후보와 마크롱 후보의 공약 차이가 대비된다. 르펜 후보의 공약은 EU 체제와 유입된 이민들이 일자리를 뺏어갔다고 보고 반 EU와 이민유입 규제를 통해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마크롱 후보는 EU와의 협력 강화, 규제 철폐 그리고 노동시장 개혁으로 신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고 있다. 르펜 후보는 외국인으로부터 자국민으로의 일자리 환원을 추구하는 뺄셈의 프랑스 우선주의정책이고, 마크롱 후보는 개방적 세계화의 지지를 통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덧셈의 정책인 것이다. 프랑스 국민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마크롱 후보(39)의 부인 ’트로뉴’는 25세 연상이다. 마크롱 후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연극반 지도교사였던 부인을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다. 당시 부인은 세 명의 자녀를 둔 기혼녀였으나 마크롱 후보의 열애를 받아들여 재혼한 것이다. 사생활에 대해 이처럼 관대한 국민들의 정치적 선택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신길수 前 주그리스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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