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

"건설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새로운 시장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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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올해로 ‘고희(古稀)’를 맞았다. 1947년 대한건설협회의 전신인 조선토건협회 창립을 토대로 한국 건설산업이 태동한 지 70년이 흘렀다. 지난 시간 동안 한국 건설산업은 삽과 곡괭이로 시작해 이제는 세계 초고층 빌딩을 우리 손으로 직접 짓는 건설강국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70년간 한국 산업 발전의 중심에 섰던 건설산업은 이제 미국의 금리 인상,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으로 성장세가 둔해지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도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예산 축소 및 신규 사업 억제 기조에 따라 건설 투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200만 건설인을 대표하는 대한산업의 수장이란 중책을 맡은 이가 유주현 회장(64)이다. 지난달 초 제27대 대한건설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유 회장은 본보와 인터뷰에서 “건설산업의 터닝포인트 시기에 회장이란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건설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 또 새로운 시장을 열어갈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Q. 대한건설협회 회장으로 취임하신지 한 달여가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2017년은 건설업계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기와 도전을 겪는 격동의 한 해가 될 것으로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러한 건설산업의 터닝포인트 시기에 회장이란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더욱 무겁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로 인해 건설경기가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고,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합리한 규제 및 발주처의 불공정행위를 개선하고 적정공사비를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각종현안 등에 대한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하고자 취임이래 정관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 뵙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Q.회장직에 오른후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이 무엇인지.

A. 현재 건설업계 위기의 원인 중 하나는 적정공사비를 확보하지 못한 데 있다. 지난해 정부가 저가투찰로 인한 가격경쟁 심화 등 최저가낙찰제로 인한 폐해를 해소하고자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한 결과 낙찰률이 소폭 상승하였으나 수익성 개선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중소건설업체가 주로 수주하는 300억 원 미만 적격심사낙찰제 대상공사 역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약 17년 동안 낙찰률이 고정된 반면 표준시장단가 적용대상 확대 및 표준품셈 현실화 등으로 원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공사비 부족문제가 심각하다. 향후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해 건설단체가 연대해 대정부 설득은 물론 국회 건의, 토론회 개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관철시킬 것이다.

 

Q. 공약으로 종합건설업·전문건설업 간 업역 제한 폐지 등을 주장했다. 진척도는 어떤가.

A. 국내 건설산업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간 칸막이 식 업역구조로 인한 생산성과 효율성 저하 등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소모적인 분쟁만 증가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도 경직된 업역제도가 없는데도 말이다. 최근 국토연구원에서도 ‘건설업역체계 합리화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업역구조 유연화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업역제한 폐지와 관련해 업계, 협회, 연구원 등으로 TF를 구성해 건설업계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며, 연구보고서 발간, 세미나 등을 통해 업역 제한 폐지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Q. 최근 수급사업자의 권익 강화 등 하도급법 개정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A. 현재 우리 건설경기는 주택건설 경기 호황으로 좋아지는 듯하나 이는 단순 착시효과일 뿐이다. 대내외적으로 경제 환경 불확실성, SOC예산 축소, 수익성 악화 등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하도급 규제 강화 법안들은 기업 경영은 물론 전체 건설시장을 상당히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1만 1천여 개의 종합건설업체 중 98%가 중소기업이므로 이 같은 규제 강화는 대부분 건설업체에 심각한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경제 활성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국회 차원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 업계 또한 대ㆍ중소업체의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을 위해 상생경영으로 원·하도급업체가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한다.

▲ 유주현
▲ 유주현

Q. 건설 경기를 지탱하던 주택시장이 침체 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A. 11·3 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내수시장을 지지하던 주택·부동산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종 대출규제, 전매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외 최근엔 후분양제 의무화, 분양가상한제 확대 법안마저 추진되고 있어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을 집단대출로 지목하면서 중도금 대출에 이어 잔금대출까지 규제한데다 최근 제2금융권의 집단대출까지 막힌 현 상황은 주택시장을 급격히 위축시킨 주요 원인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미 분양 중인 사업장은 당초 계획과 달리 자금조달이 막혀 사업추진에 차질이 생겨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실수요자의 주택구입자금 부담을 가중시켜 서민 주거안정을 저하시키고 있다. 물론 가계부채 건전성에 대한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집단대출관련 연체율은 일반가계대출 연체율보다 더 낮고 시공사의 지급보증으로 인해 일반대출보다 부실화 우려가 적다. 정부는 서민의 주택마련 기회를 제고하고 주택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방지할 수 있도록 주택시장에 대한 금융규제를 합리적 수준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Q. 부동산·주택 관련 대선 공약들이 ‘규제’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첨언하고 싶은 말은.

A. 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 시장 호조는 저금리 및 택지공급 축소 등에 따른 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것임에도, 정부는 가격상승에 부담을 느껴 규제강화 일변도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인해 전반적인 올해 주택ㆍ부동산 시장은 다소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예상한다. 다만, 이런 규제가 당장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공급축소를 일으켜 인기지역의 가격상승을 불러일으키고 또다시 규제가 나오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결국 시장상황에 따른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도한 규제보다는 탄력적인 정책 추진과 주택의 안정적 공급을 통해 부동산ㆍ주택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대선국면에 접어들면서 대중인기영합적인 정책 남발이 우려되고 있다. 진보ㆍ보수를 떠나 건설·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서민의 일자리 창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확보의 토대가 된다고 말하고 싶다.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건설산업이 공정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Q. 건설업 관련, 차기 정부에 조언하고 싶은 말은.

A. 현재 건설산업은 언제 산업이 붕괴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해외수주가 10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고, 대내적으로는 SOC투자축소, 주택ㆍ부동산시장 침체 등 한마디로 ‘시계제로’ 상태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는 건설산업을 타 산업과 달리 규제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큰 게 사실이다. 건설산업은 대표적인 일자리창출 산업으로서, 고용ㆍ공간 복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 규제보다는 진흥정책 중심으로 건설산업을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 특히, 지속적인 SOC투자가 최우선 정책이 돼야 할 것이다. 정부는 SOC 예산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예정이나, 최근 국토연구원 등에서는 선진국 사례를 들어 앞으로도 SOC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고, 특히 시설물의 노후화가 급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SOC투자가 고용ㆍ공간복지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지속적인 투자확대를 해야 한다. 국민 안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후 시설물에 대한 성능개선 및 스마트화 추진이 매우 절실하다고 본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는 주택시장 불안정성의 심화로 이어지고 결국 공급축소를 불러와 가격상승이라는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므로 부동산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이중과세 논란이 있는 규제는 과감히 폐지해주길 바란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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