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문에 어느 재판관이 낸 보충의견에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재벌기업과의 정경유착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낳은 정치적 폐습이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우리 국민 스스로가 대통령 선거를 통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아닌 오히려 국민을 힘들게 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한 대통령을 선택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국민이 선택한 지난 제18대 대통령은 불행히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그 역시 촛불의 힘이고 국민의 손으로 이루어 낸 것이다.
우리는 또 다시 대통령 선거라는 선택의 시간을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다. 그 어느 때 보다 간절하다. 2014년에는 서서히 물속으로 가라앉는 세월호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두려움을 느껴야 했고, 2015년에는 국민들이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중동 호흡기 증후군)에 떨어야 했다. 갈수록 얇아지는 지갑, 늘어나기만 하는 가계 부채, 일자리 없는 청년들…. 희망이란 단어는 사라지고 행복이란 말조차 입에 떠올리기가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듯하다.
대외적으로도 북핵문제는 더 심화되었다.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 끼인 사드문제, 한일 위안부 합의, 이 외에 개성공단폐쇄 등의 일련의 사태에서 정부의 절차와 결정은 비민주적이었다. 상식적으로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국민들이 속 시원히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부재했다. 그 결과, 국론은 분열되었고 소상인들부터 대기업들까지 많은 손해를 입었다.
지금 국민들이 바라고 있는,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다. 어쩌면 상식이 통하고 국민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간곡히 차기 대통령은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대통령이길 바란다. 자신의 임기 중에 무엇을 이루겠다는 거창한 공약과 정책 같은 것을 내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국민들이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하고 가끔 아이들과는 안심하고 배를 타고 휴가를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성실과 노력만으로도 삶이 행복해지면 좋겠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 5월 9일이다. 5월은 푸름의 계절이다. 그 푸름을 우리 국민이 스스로의 주체적 의지와 끈기로 얻어내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승리의 힘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그만큼 차기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대통령이 국민들 위에 군림하려고 애쓰지 말고,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국민의 소리에 경청할 태도를 가져야 할 때이다. 자신의 포부와 꿈을 펼치고자 애쓰지 않기를.
움베르토 조르다노(Umberto Giordano)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에서 아리아 ‘5월의 어느 아름다운 날처럼(Come un bel di di Maggio)’을 부르는 주인공처럼 죽음에 직면해서도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자 애쓰는 주인공의 영혼을 닮은 국민의 작은 행복을 실현시켜줄 대통령이길 바란다.
서정미 안양대학교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