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여경 채용시험 재실시 ‘시끌’

답안지 잘못배부 공정성 논란
경기북부청, 내달 29일 재추진
수험생들 “청천벽력” 불만 속출

최근 치러진 여경(순경)시험에서 답안지를 잘못 배부, 시험이 40분가량 지연돼 경찰이 사고 원인을 규명(본보 3월23일자 6면)하는 가운데 결국 해당 시험을 주관한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사상 유례없는 ‘공무원 재시험’ 사태를 두고 수험생들은 “형평성에 어긋났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23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의정부시 신곡중학교에서 진행됐던 ‘2017년 1차 경찰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이 운영 측의 실수로 일부 시험장에서 OMR 답안지를 잘못 배부하며 이를 찾는 과정에서 시험이 40분가량 지연됐다. 더욱이 대기하던 수험생들이 문제지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대기하다 운영 측이 화장실을 다녀오게 하며 문제 공유의 의혹을 키웠다. 

공정성 논란이 이어지자 경찰은 결국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재시험은 당시 시험을 본 여경 수험생만을 대상으로 다음 달 29일 진행된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에 수험생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재시험 결정을 밝힌 이날 다른 16개 지방청의 경우, 합격자 발표가 있던 탓에 해당 수험생들이 받아들인 충격은 더욱 컸다. 

수험생 A씨는 “합격선의 점수(90점 이상)를 받아 둔 까닭에 머리도 식힐 겸 여행 중이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며 “무엇보다 여경시험은 경쟁이 치열해 당일 운이 가장 중요하다. 재시험 당일 상태가 어떨지 두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수험생 B씨는 “경찰시험은 1년에 2번(3·9월) 보기 때문에 수험생과 학원가들은 일정한 공부 주기가 형성돼 있는데, 1년 사이클이 모두 헝클어졌다”며 “차라리 별도로 3차 시험을 치르는 방법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채용에는 198명을 모집하는 남경과 달리 여경은 불과 8명만 모집했으며, 786명이 지원, 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치열했다.

 

이날 수험생 카페에는 ‘재시험 봐도 문제’, ‘남경도 봐야 하는 것 아니냐’, ‘여경만 불쌍하다’ 등의 불만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학원가도 충격에 빠졌다. 김민철 메가CST 경찰학원 강사는 “과거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 재시험 결정은 모두에게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잘 본 학생도 있었을 텐데, 형평성 측면에서 행정 자체에 신뢰도가 많이 추락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승철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은 “시험장 관리 미흡에 오랜 시간 시험을 준비한 수험생과 가족들에게 깊이 사과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이 같은 문제가 벌어지지 않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의정부=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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