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국산 사용’ 의무화… 오히려 ‘학교급식’ 부실화

시교육청, 국간장·고추장·참기름·현미유 등 11개 품목 특정
비싼가격 예산난 부채질… 신선식품 등 주재료 구입비 압박

인천시교육청이 일선 학교 급식에 사용되는 현미유 등 가공식품을 원재료가 국내산인 것만을 고집하는 바람에 신선 제품의 질이 떨어져 학생들의 영양 불균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일선 초등학교에 공문을 내려 지난해 9월부터 가공식품 11개 품목을 정해 의무적으로 원산지가 국산인 것만 사용케 하고 있다. 가공식품 11개 품목은 국간장, 고추장, 된장, 진간장, 참기름, 들기름, 볶음참깨, 고춧가루, 소금, 밀가루, 현미유 등이다.

 

일부 학부모들과 영양사들은 이들 11개 품목을 사용하면 한정된 급식예산(평균 2천770원) 때문에 신선식품 등 주재료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시교육청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례로 볶음이나 튀김에 사용되는 현미유(18ℓ 들이 한통에 9만 3천770원)의 경우 콩으로 만든 식용유(18ℓ 들이 한통에 3만 4천 원) 보다 3배 정도 가격이 비싸다. 고급 식용유의 하나인 카놀라유((18ℓ 들이 한통에 4만 4천 원) 보다도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높다. 

급식 인원이 900여 명인 학교를 기준으로 튀김 등의 요리를 할 때 18ℓ 들이 식용유 4통이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체감 가격은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인천의 한 학부모 단체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현미유의 경우 인천 지역에서 국내산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점 공급에 따른 일방적 단가상승의 위험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선 영양사들은 이들 11개 품목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냈다. 애초 영양사들은 자신들이 사용할 식재료에 대해서 원산지나 원재료, 제품 상태를 확인·검증한 것만 골라 사용했었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이들 제품을 국내산으로만 사용할 것을 강제하면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영양사들이 이들 제품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인지 검증 조차하지 못한 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초 해당 팀에 오게 돼 이 부분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는 못하고 있다”면서도 “상반기 중으로 일선 학교 영양사와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고칠 수 있는 부분을 고칠 수 있게 하겠다”고 해명했다.

주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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