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회의실 가득 50여 명의 청년들이 모였다. 각처에서 각자의 몫에 애쓰는 이들이었다. 누구누구가 인구 300만 시대 인천을 이야기했다. 그 위세에 청년실업률 전국 1위, 청년기구 전무, 청년정책 부재는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
역동과 발전을 운운하지만 정작 청년들의 오늘, 내일이 그러한지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했다. 그 자리가 ‘지역 청년들이 연대를 통해 스스로 조직화에 나서는 동시에 지역 정치권과 정책당국에서 초점을 둬야 할 청년의제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된 이유였다. 적어도 인천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을 위로하고 응원해야 했다.
결혼, 출산, 집 그리고 평생의 일자리 등 보통은 나의 것이리라 예상했던 삶의 양태들이 하늘의 별처럼 되어버린 세상. 그들은 좌절했고 위축됐음을 토로했다. 어느 청년은 고백했다. 인천에는 청년의 자리가 없다고, 일자리, 잘 자리, 놀자리가 없다고. 그래서 인천에서의 삶을 지속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서울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요즘 청년들이 사회적 골칫거리 또는 복지혜택을 받아야 하는 취약계층이라고? 누가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하면 청년은 행복할 것이라는 ‘정답’을 내놓기라도 했나? 경제적 곤란을 호소한 청년들이지만 그것을 시작으로 기회조차 없이 포기해야 하는 것들, 누려보지도 못한 기회들에 대한 서러움이 크다. 이미 가진 이들, 누리는 이들, 선택된 이들에 대한 분노가 깊다.
이들은 짧게 주어진 발언기회를 통해 본인의 씁쓸한 상황, 그러면서도 희망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고백을 이어갔다. 청년 스스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자고. 경계인에서, 고립에서 벗어나 스스로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인천의 모든 정책에 대해 계획 수립, 진행, 결과에 이르기까지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달라고. 청년들이 입을 모아 주장했다.
어떤 이는 줄곧 포기하는 세대가 되지 않으려면 정치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 투표권 행사는 물론 현실 정치에의 진입을 주문하기까지 했다.
자리를 함께한 선배 시민들은 민망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제라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대했다. 그리고 깨어 있는 청년들이 스스로 자기 것들을 만들어 내기를 당부했다. 청년들은 정책을 구상, 추진하기 위해 네트워크 플랫폼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스스로를 조직으로 드러낼 것이다. 지역 정치인들과 행정기구를 감시할 것이다.
청년으로 인천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 고민하는 그들이 고맙다. 지속가능한 삶을 누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서로 손을 맞잡은 것이 대견하다. 기성세대의 제한과 답을 뛰어넘으려는 그들의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그를 통해 처진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쭉 펴지길 희망한다.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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