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난해 6월 국민안전처가 실시한 대국민 안전체감도 설문조사 결과는 5점 만점에 2.79점이었다. 더욱 주목할 점은 가장 불안한 분야로 시설물 붕괴나 산업재해와 같은 ‘인재’사고를 꼽았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보다 오히려 사람이 관리하는 분야를 더 위험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 사회의 안전 인프라에 대한 불신이 가져온 결과일 것이다.
사회 안전망은 결국 사람이 만들어 가는 영역이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생각이나 노력만으로는 구축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필자는 안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마주하고 있는 각 공공기관부터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즉 공공기관에서 올바른 기준을 만들고 이를 시스템화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를 바탕으로 안전을 지키려는 국민들의 의지가 뒤따를 때 비로소 안전사회를 위한 거버넌스가 완성되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수도권매립지도 이러한 안전사회 구축과 관련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다. 수도권매립지는 폐기물의 반입에서부터 매립, 폐기물을 활용한 에너지 자원화 과정에서 많은 안전관리 요소를 안고 있다. 반입 현장에는 하루 1천대 이상의 차량이 쓰레기와 흙을 차례로 쏟아부어 마치 건설현장을 방불케 한다. 또 부패하는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매립가스로 전기를 만드는 자원화 단지나 음식물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음폐수를 통해 연료를 생산하는 곳에는 바이오가스저장소 같은 위험한 시설물들도 많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요소를 관리하기 위해 수도권매립지에서는 체계화된 안전점검과 효과적인 안전 관리기법을 철저하게 적용하고 있다. 안전점검은 자체 점검·전문기관 점검·기관장 및 총괄부서 점검 등 3중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한 요즘과 같은 해빙기에는 지반침하 사고나 붕괴사고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쉽기에 전문가와 함께 ‘특별안전점검’도 실시한다.
각 부처별로 각각의 안전관리 매뉴얼을 마련하고 이를 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실제 작업현장에서 지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나아가 수도권매립지에서는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공공시설물 내진성능 진단 보강사업, 장외 환경영향 평가실시, 위해관리 계획 작성도 하고 있다. 또 곧 다가올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부터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립 등 사전 예방적 관리 활동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수도권매립지는 어느덧 올해로 7년 연속 무재해 사업장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수도권매립지는 단순히 버려진 것을 매립하는 곳이 아니라 분리수거와 쓰레기 종량제 실시 등 국민의 적극 동참을 유도하는 계몽과 함께 폐기물도 에너지화할 수 있다는 인식전환도 가져오게 했다.
안전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빨리 깨닫고 대비하느냐가 핵심이다. 이는 우리 국민 모두의 행복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뒤늦은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소도 있고 외양간 고치는 사회, 안전이 강조되는 사회는 결국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회이다. 필자는 그런 안전문제를 국민보다 공공기관이 한 발 먼저 시스템화하고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이재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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