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기업 3년차 고비 ‘데스밸리’ 극복 위해… 中企제품 대박 낼게요”
경기도주식회사 김은아 대표(44)의 말이다. 벤처기업이 창업 후 사업화 단계에서 어려움 겪는 시기를 ‘데스밸리(죽음의 계곡Death valley)’라고 부른다. ‘데스밸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창업 후 3년께 되면 유통, 마케팅 단계에서 쉽게 사장되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이에 경기도 내 중소기업들이 데스밸리를 견딜 수 있게, 넘어설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 바로 경기도주식회사다. 경기도주식회사는 사업화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판로개척을 해주는 등 유통, 마케팅을 지원해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8일 설립된 경기도주식회사는 12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1호점을 열고 중소기업 판로개척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김은아 대표는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공공플랫폼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고 경기도만의 공유적 시장 경제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Q 경기도주식회사 어떤 곳인가.
A 제조 기반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자립과 사업 연속성이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브랜드’라는 것을 가지고 지속 가능해야 하는데, 제품 개발하는 데에만 주력하다 보니 후에 해야 할 마케팅, 유통 등 단계에선 미흡한 점이 많기 때문.
우리는 중소기업을 ‘파트너’라고 한다. 파트너들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협력하고 마케팅, 유통 등을 도와준다. 우리가 도와주는 분야는 소상공인, 스타트업 등도 있지만 올해 주력하는 분야는 중소기업이다.
지난해 닻을 올린 경기도주식회사가 올해는 정체성을 가져야 하기에 그렇게 선택했다. 이렇게 우리만의 정체성이 확보되고, 뼈대가 만들어지고 근육이 생긴다면 소상공인과 스타트업 분야에도 본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Q 경기도주식회사 대표를 맡은 이유.
A 약 19년간 거쳤던 직장들은 모두 마케팅, 브랜딩 등 분야였다. 홍보 마케팅 분야로 한우물만 판 셈이다. 그러다 직장 생활을 통한 경험과 노하우를 사회에 제대로 환원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의 직장생활보다는 그간 쌓였던 것들을 가치있게 사회에 되돌려주자는 뜻에서 경기도주식회사 대표를 맡았다. 경기도주식회사 성격상 중소기업의 성장을 통해 공유적 시장 경제가 활성화돼야 한다. 그러려면 시장과 소비자를 누구보다 잘 알고 현장에서 발로 뛰어본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내가 그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현장에 뛰어들어가 보니 그간의 현장경험이 경기도주식회사의 방향과 잘 맞아떨어졌다. 지금 내가 하는 일들, 또 해야 하는 일들이 사회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 자부심을 갖고 중소기업들을 돕고 있다.
Q 경기도주식회사 1호점, 그간 성과는.
A 도내 25개 중소기업의 300여 가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첫 시도인 만큼 당초 기대만큼은 못 미쳤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급변한 국내 정세와 다소 미흡했던 업체 상품들의 경쟁력 강화 작업이었다. 현재 경기도주식회사는 외국인들의 발걸음이 가장 잦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있다.
방문 비율로 따지자면 외국인이 6, 국내인이 4였고 외국인 중 대다수는 중국인이다. 우리가 1호점을 DDP에 배치한 이유도 잠재적 소비자 타겟이였던 중국인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컸다. 그러나 최근 사드 배치 등의 문제로 외국인 발걸음이 점차 끊어지면서 DDP 방문, 판매율이 잇따라 저조해진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또 하나는 가격, 디자인 등을 조정해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제품을 판매대에 올렸어야 했는데 시간에 쫓겨 그러지 못했다. 결국 가격적인 메리트와 소비자의 니즈를 적합하게 발굴해내지 못했다.
크게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현재는 1호점에 배치된 제품들의 가격을 중소기업들과 논의하며 조정하고 경쟁력이 아쉬운 제품은 교체하는 등 후속작업하고 있다. 가격이나 상품경쟁력에서 매력도를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주식회사 1호점에 입점해 있는 기업들은 기존 오프라인 판매 채널 대비 낮은 수수료로 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소기업들도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를 만날 수 있었고, 이러한 시도에서 경기도주식회사가 적지만 색감 있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Q 곧 2호점 개점 예정인데, 성공 이끌어낼 만한 방안 있나.
A 주식회사 2호점은 시흥시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에 입점한다. 외국인 혹은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잦은 DDP에서 가족단위로 소비자 타겟이 바뀔 예정이다. 지난달부터 도내 중소기업 데이터베이스를 모으고 있다. 최근까지 1천500개가량 모았다.
물론 주식회사 2호점 입점 공고를 내면 신청할 기업들은 있겠지만 그것보다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우리가 스스로 경쟁력 있는 업체를 발굴할 수도 있다. 2호점 또한 소비자의 트래픽이 높은 곳이다. 도심형 아울렛은 주변 인근 주거단지부터 시작해서 잠재적 소비자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2호점은 ‘라이프스타일’을 갖춘 편집숍 콘셉트로 생각하고 있다. 상품 하나하나에 스토리텔링을 하고 가치를 부여시켜 결국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유발시키는 방법으로 말이다.
예컨대 매장에 평범한 전화기를 놓고 판매하는 것보다 우리가 90년대 사용했던 전화기를 상품으로 내놓으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화기’ 등의 가치를 부여시킬 수 있다. “가치 있는 상품이니까 산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2호점을 준비 중이다. 브랜드 가치 및 상품 콘셉트를 보여주는 브랜드 스토어로 자리 잡을 것이고 다른 유통 채널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Q 2호점에 배치될 제품 선택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A 제품 선택의 기준은 정말 간단하다. ‘잘 팔리는’ 제품을 골라 배치할 거다. 경기도주식회사가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 데이터베이스를 잘 활용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선택할 방침이다.
특히 2호점은 특히 라이프스타일과 연관성이 높은 제품들을 발굴하고 이를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해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갈 것. 일상적이지만 둘러보면 가치가 있고 이에 경기도주식회사만의 스토리를 입혀 좋은 콘텐츠로 개발할 계획이다. 충분히 시장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제품으로 가꿀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업체 대표의 철학도 중요하게 볼 것이다.
예컨대 ‘아이들이 이용하는 제품이니 안전 관련 특허 하나 받으려고 6개월 동안 매달리는’ 그런 열정, 끈기가 있는 대표들 말이다. 현재 일차적으로 경기도주식회사 자문회의에서 평가 기준 등의 자문을 받은 상태다. 자문회의에는 현직 디자이너, 바이어, 중소기업단체협회, 변리사 등 20여 명의 전문가가 모여 상품선택 기준 등에 대해 논의했다.
Q 경기도주식회사가 갖는 의미는.
A 요즘 “중소기업을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키우는 게 목적이냐”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우리 목적은 그런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을 중소기업으로서 공존하는 것이 경기도주식회사의 최종목표다. 일본의 경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이 많고 또 오래 지속되고 있다. 국가의 허리를 맡고 있는 중소기업이 튼튼한 셈이다.
우리나라와는 정 반대의 경우이기도 하다. 결국 국가의 다양성이 지속되고 높아지려면 중소기업들이 중소기업으로서 공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가의 허리를 담당해야 할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또는 제조업의 경우 제조 단가가 싼 동남아, 중국 등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쓸쓸한 현실이자 고통받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특히 전국적으로 경기도에 중소기업들이 많이 밀집돼 있다.
중소기업 육성은 경기도가 해야 할 일이다. 경기도주식회사의 의미는 이런 사명감에서 찾을 수 있다. 중소기업에 가치를 계속 부여해주고 또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중소기업들이 공존할 수 있는 그런 장이 마련되는 경기도 주식회사가 됐으면 좋겠다. 중소기업의 파트너로서 공존하고 싶다.
허정민기자 /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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