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다가올 미래 경기 새천년, 아시아 음악과 만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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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제주도에서 한·아세안 11개국 정상들과 많은 관객 앞에서 ‘아시아 전통오케스트라’(한·아세안 전통오케스트라) 창단공연을 가졌다. 80명의 전통오케스트라와 100명의 합창단 그리고 각 나라의 전통의상을 입은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다. 무대는 11개국의 다양한 사람들과 원색의 전통의상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꽃밭처럼 화사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아시아의 전통이 빚은 무대모습이었다. 예술감독을 맡은 나로서는 흥분과 기대에 찬 순간이었다.

 

막이 열리자 각 나라 연주자들이 차려입은 울긋불긋한 원색의 전통의상들에 관객들이 또 한 번 놀랐고, 연이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국의 민요 ‘쾌지나칭칭’을 시작으로 11개 나라의 민요를 바탕으로 각 나라 작곡가가 작곡한 음악들이 연주되기 시작했다. 한국음악을 연주할 때는 한복을 입은 한국의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고, 다른 10개국의 음악도 각각 자국의 지휘자가 지휘를 맡았다. 음악의 앙상블은 더 없이 좋았다.

연주되는 악기마다 무대 옆의 보조 영상을 통해 악기를 하나하나 자세히 보여주었다. 아시아의 악기를 영상으로 확인하면서 귀로 음악을 들으니 두 배의 즐거움이 있었다. 이렇게 11개국 11곡의 음악이 끝나고 피날레를 장식한 곡은 한국의 ‘사랑해요 아시아’였다. 한국과 아시아 10개국의 언어로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고맙습니다”라는 가사를 담은 노래로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합창곡이었다.

 

아시아 국가들의 대부분이 우리나라처럼 식민통치를 경험했고, 또 비슷한 시기에 식민통치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전통음악 전승에 있어서 식민통치로부터 받은 영향과 결과는 많이 달랐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에 전통음악이 거의 끊어졌지만 아세안 국가들은 달랐다. 

대체로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하에 있었던 아시아 국가들의 전통예술은 끊기지 않았고, 전형이 고스란히 전승되었음을 악기와 음악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 우리는 끊긴 전통음악을 다시 잇기 위해 인간문화재를 인정하는 무형문화재 제도를 두고 있다. 하지만 전통을 잘 전승해 온 아시아 국가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주하고 있는 악기 모양과 민요를 들으면서 각 나라의 전통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현재에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른 도시에 비해 경기도는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많다.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어우러져 다문화사회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다양성은 때로 서로 다름의 ‘차이’를 ‘차별’로 인식하여 비뚤어진 사회적 편견을 형성하기도 한다. 따라서 다문화 가족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창작해 이들과 어우러지고 소통하는 계기를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

 

그동안 경기도립국악단의 활동은 우리나라 전통예술의 전승과 창작국악의 현주소에 중심을 두었다. 이제 다가올 미래 경기 새천년은 전통과 어우러진 ‘아시아 음악’에도 무게를 두어야 한다. 전 세계의 눈이 과거 유럽문화의 꽃 ‘클래식’, 미국문화 ‘팝’에 열광했던 시대를 지나 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쏠리고 있다. 아시아의 숨겨진 소리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한국 전통음악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이러한 문화를 향유하고 선도하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열어갈 청소년들이 주요 관객층이 될 것이다. 앞으로 경기도립국악단은 경기도민과 더불어 청소년층이 아시아의 음악과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 나갈 것이다.

 

최상화 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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