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문화예술 ‘플랫폼’ 도시, 인천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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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플랫폼, 북플랫폼, 뮤직플랫폼, 상상플랫폼… 가히 ‘플랫폼 전성시대’다. 지역 신문을 조금이라도 읽어보는 사람이라면 ‘플랫폼’이 왜 이렇게 많은지 궁금하기도 할 것이다. 사실 ‘플랫폼’ 하면 기차와 같은 교통 수단을 타고 내리는 승강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요즘은 ‘승강장’의 의미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보편적인 개념으로 확대되어 사용 중이다.

 

사실 승강장만 해도 의미가 간단하지 않다. ‘승강장’으로서의 플랫폼은 ‘교통수단과 승객이 만날 수 있는 거점’이면서, 교통과 물류의 중심이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이란 공급자와 수요자 등 복수 그룹이 참여해 각 그룹이 얻고자 하는 가치를 공정한 거래를 통해 교환할 수 있도록 구축된 환경”이며, “플랫폼 참여자들의 연결과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하며,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와 혜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상생의 생태계”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최근 인천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플랫폼’도 비슷하다. 당장 인천아트플랫폼만 해도 그렇다. 지난 한 해 인천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7기 입주작가들이 떠나고, 3월이 되면 2017년의 새로운 입주작가들이 아트플랫폼에 입주한다. 인천아트플랫폼이라는 ‘예술 플랫폼’을 거점으로 다양한 예술가들이 모였다가 떠나가고, 인천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던 예술가들 몇몇이 정착하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는 점에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직 계획 단계이지만 북 플랫폼이나 뮤직 플랫폼이 만들어진다면, 책과 음악을 중심으로 경계 없는 다양한 활동들이 펼쳐지는 말 그대로의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인들과 뮤지션을 비롯해 장르를 넘나드는 문화예술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명칭과 상관없이 ‘플랫폼’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인천시에서는 이렇게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분야별 문화 앵커 시설을 구도심에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구도심을 문화예술로 재생해 활성화시킨 모범 사례로 주목받는 인천아트플랫폼 주변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 ‘플랫폼’들을 배치, 시민들이 부담없이 즐겨 찾을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인천 내항 1·8부두 재개발 사업에 포함된 상상플랫폼을 ‘문화예술 복합공간’으로 조성하고 나면 인천의 구도심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과 빛깔을 띠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는 인천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동인천과 신포동 일대의 흥망성쇠를 지켜봐 온 세대 중의 한 사람이다. 인천의 명동으로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던 전성기에서, 낡은 시계가 멈춰버린 것 같은 골목의 주점에서 옛날을 회상하는 노인들만이 술잔을 비우고 있던 풍경까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쇠락해 가던 구도심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문화예술이다. 그동안 인천시는 경제자유구역은 물론이고 송도와 청라, 영종 등에 신도시를 만드는 데에 많은 공력을 쏟아부었다. 신도시도 중요하지만, 인천의 역사와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구도심에도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인천시의 구도심 재생사업이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그래서 더 많은 문화예술 ‘플랫폼’이 생겨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병국 인천아트플랫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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