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교육, 경기교육이 이끈다] 04. 미래교육 해법 ‘혁신학교’

경쟁·무관심·불신 떠난 자리 존중·배려의 씨앗… ‘혁신’을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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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학교로 지정된 도내 한 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과 토론을 펼치고 있다.
일선 교육 현장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혁신학교’의 등장은 교육계의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그동안 관례적으로 통용되던 지시와 통제, 경쟁과 변별, 불신과 무관심에 익숙했던 기존 학교문화를 존중과 배려, 자치규범이 살아있는 학교로 변화시켰다는 평가와, 학생 중심의 학교현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

 

특히 교사와 학부모, 학생의 소통을 통해 학교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민주적인 학교운영을 구축하는 혁신학교는 교육계의 새로운 지표가 되기에 충분했다.

 

무한 경쟁 속에 잊고 있던 학교의 정을 느끼게 해준 혁신학교는 그래서 미래교육의 표본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천년교육을 위한 교육의 중심으로 떠오른 혁신학교를 들여다본다.

 

■ 경기교육發 ‘新바람’

지난 2009년 제1대 민선교육감 선거에 당선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혁신학교’는 교육계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정부가 장려하는 교육 정책의 한계와 상명하달 방식의 정책 추진 관행에서 벗어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지시와 통제, 경쟁과 변별, 불신과 무관심에 익숙했던 기존 학교문화를 존중과 배려, 자치규범이 살아있는 학교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같은 취지를 바탕으로 도교육청은 △교육과정의 다양화 및 특성화 △전문적 학습 공동체 형성 △교수학습 중심의 운영시스템 구축 △생산적인 학교문화 형성 △대외협력 참여확대 △권한위임 체제 구축 등 혁신학교 6대 중점과제를 정했고, 이를 학교에 적용토록 했다.

 

지난 2009년 8월17일 전국 최초로 도내 13개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 세상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는 모두 고개가 끄덕일 정도로 특색이 강하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광주 남한산초등학교의 경우 2001년부터 이른바 대안학교 형태로 학교 개혁을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남한산성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이 학교는 2000년까지만 해도 전교생이 30명 이하로 줄어 폐교위기까지 몰린 산골 학교였다.

 

그러나 당시 초임지로 부임한 정연탁 교장은 외국의 대안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안순억 교사 등과 의기투합해 교육시스템을 새롭게 하는 ‘작은 혁명’을 일궈나갔다. 우선 40분 수업 후 10분 휴식이라는 기존 수업 방식으로는 학생들의 심화수업이 어렵다고 판단, 80분 수업을 한 뒤 30분을 쉬는 ‘블록제 수업’을 도입했다. 

이와 함께 모든 학생에게 입학 때부터 졸업 때까지 대금, 가야금 등 국악기 한 가지씩을 다룰 수 있도록 가르쳤다. 이러한 독특한 교육과정이 입소문을 타면서 도시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자녀를 남한산초교에 보내기 위해 학교 인근으로 집을 옮기는 현상이 벌어졌고, 전교생은 어느새 150여 명을 넘어서게 됐다. 또 자연스레 혁신학교 지정이라는 성과를 얻게 됐다.

 

혁신학교 영어수업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벌이고 있다
혁신학교 영어수업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벌이고 있다
■ 미래교육 ‘구원투수’ 급부상

교사와 학부모, 학생의 소통을 통해 학교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민주적인 학교운영을 구축하는 혁신학교는 교육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교육계는 혁신학교 출범 이후 경기교육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타 시·도교육청 또한 혁신학교를 뿌리로 한 정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도교육청의 혁신학교는 서울형 혁신학교(서울), 혁신학교(전북), 무지개학교(전남), 빛고을혁신학교(광주), 행복더하기학교(강원) 등의 명칭으로 전국 15개 시·도교육청으로 확산됐다.

 

이 같은 파급력에 도교육청은 혁신학교를 더 발전시키기에 이르게 됐다. 우선 혁신학교의 안정적인 정착과 성장을 위해 구체적인 정책 과제를 설정하기 시작했다. 

또 혁신학교로 지정된 이후 관리 부실을 막고자 ‘중간 평가제’를 시행했다. 중간 평가제는 지정된 혁신학교를 대상으로 재평가를 실시, 지적사항이 나오게 되면 경중에 따라 보완 조치 또는 지정 취소를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도교육청의 꾸준한 노력으로 혁신학교는 지정 이후 계속되는 검증을 받아 경기교육의 주요정책으로 자리 잡게 됐다. 현재 도교육청은 올해 3월1일자로 신규 혁신학교 21교(초 15교, 중 3교, 고 3교)와 모범혁신학교 2교, 특별지정(1년 평가 후 본지정) 13교 등을 지정, 이로써 혁신학교는 모두 435교(초 232교, 중 146교, 고 54교)로 확대·운영된다.

 

경기도교육청이 ‘교육, 새로운 도전’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혁신교육아카데미에서 이재정 교육감이 대표 발언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교육, 새로운 도전’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혁신교육아카데미에서 이재정 교육감이 대표 발언을 하고 있다.
■ 선의경쟁 부추기는 ‘모범혁신’·‘혁신공감’

혁신학교 출범 후 도교육청은 후속 모델을 선보였다. 바로 혁신공감학교와 모범혁신학교다. 연이은 새로운 학교 모델의 등장으로 경기교육은 또 한 번 변화의 바람을 맞았다.

 

도교육청이 제시한 혁신공감학교는 혁신학교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교를 말하며, 혁신학교 지정 4년차에 종합평가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학교에 대해 모범혁신학교라는 명칭이 수여된다.

 

특히 모범혁신학교는 혁신학교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르게 되면서 혁신학교 간 경쟁을 부추겼다. 모범혁신학교(올해 3월1일 기준)는 초등 8개교, 중학교 6개교, 고교 1개교 등 총 15개교가 운영될 예정이다.

 

그러나 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풀어나가야 할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 혁신학교의 양적 증가에 따라 선도학교로서의 질 관리 방안과 혁신학교의 지속 가능한 발전 대책이 요구된다. 

또 초기 혁신학교를 이끌었던 혁신 리더 교사의 이동 등 추진 주체의 변동으로 인한 혁신 동력의 약화가 문제점으로 지적되면서 혁신교육 실천연구회, 혁신학교 전문가 과정 등을 통해 혁신 리더 양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학생중심 교육을 위한 근본적 변화로 교육과정의 행사화, 프로그램성 사업 방식, 실질주의식 운영 등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책 연구 및 내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매년 개선점을 발굴, 보완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경기교육의 중심으로 완벽히 자리 잡은 혁신학교를 좀 더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지정된 혁신학교에 대해서도 관리를 잘해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동시에 혁신학교가 천년교육의 중심이 될 경기교육의 표본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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