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교육, 경기교육이 이끈다] 02.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

희생의 꽃 교훈… 모든 학생 꿈 싣고 돛올린 ‘416 교육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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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참사 정부 합동 분양소의 모습.
“기억을 넘어 희망을 만들겠습니다”

 

지난해 4월 ‘416 교육체제’가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꼭 2년 만의 일이다.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완성한 ‘416 교육체제’는 총 206개의 정책과제를 담고 있다. 참사 이후 새로운 교육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교육의 전환점을 제시한 것이다.

입시와 경쟁의 교육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살리고,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한 ‘416 교육체제’. 경기천년을 앞두고 미래교육의 한 축을 이끌어 갈 ‘416 교육체제’를 들여다보고, 미래교육에 대한 해법을 찾아본다.

 

■ 미래교육의 씨앗 뿌리다

‘416 교육체제’는 수학여행길에 오른 학생들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현 교육 현실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됐다. 또 국가 중심의 경쟁적이고 피동적인 교육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지난 2014년 10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과거 20년의 ‘5·31교육체제’를 새로운 ‘416 교육체제’로 혁신하겠다”고 밝히면서 416 교육체제는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됐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 416 교육체제는 △모든 학생의 출발점은 평등해야 한다 △모든 학생은 배움의 주인이 돼야 한다 △모든 학생의 꿈은 존중되고 실현돼야 한다 △모든 학생은 민주시민으로 성장해야 한다 등의 교육적 신념을 추구한다.

 

또 206가지의 과제는 교과서 자율발행제, 학부모 학교 참여 휴가제, 선거권 만 18세 하향 조정, 교대·사범대 통폐합 또는 교대 단일대학으로 통합, 보육과 유아교육 서비스 연계 강화, 국가교육위원회 및 교육격차해소위원회 설치, 통일학교 설치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앞으로 교육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416 교육체제는 경쟁에서 협력으로, 소수의 수월성 교육에서 모두의 협동 교육으로, 획일적 교육에서 다양한 교육으로, 피동적인 교육에서 역동적인 교육으로 전환해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416단원장학재단설립발기인 총회’에 참여한 이재정 교육감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416단원장학재단설립발기인 총회’에 참여한 이재정 교육감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학입시 정면으로 겨냥하다

416 교육체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현행 입시제도에 대한 이야기다. 해마다 바뀌는 입시 기준에 ‘입시 피해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대학입시는 학생들에게 고민이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다르지 않았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지만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수능에서 출제오류가 공식적으로 2건이나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국사에서는 답이 2개인 문항이, 과학탐구 물리Ⅱ에선 답 없는 문항이 나오면서 평가원의 공신력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수능이 첫 도입된 1994년 이후 평가원이 출제오류를 공식 인정한 것은 2004학년도, 2008학년도, 2010학년도, 2014학년도, 2015학년도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다. 이에 해당 과목에 응시한 수험생들만 큰 혼란을 겪었다.

 

416 교육체제는 이 같은 현상에 주안점을 두었다. 우선 현 대입제도로는 대학 수학능력이나 미래 인재역량을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416 교육체제는 1단계로 수능 출제방식(수능과 EBS 연계)을 개선하고, 2단계로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제로 바꾼 뒤 3단계로 수능 자체를 폐지하고 자격고사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자격교사를 통과한 지원자 중에서 정원만큼 추첨으로 선발하는 ‘자격고사 후 추첨전형’ 도입도 제시했다.

 

현 고교 다양화 체제를 단순화하되 내용 면에서 수평적 다양화를 추구하자는 방안도 들어 있다. 1차적으로 특목고 지위를 갖는 외고·국제고·과학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 일반고와 특성화고를 통합, 통합형 학교로 고교 체제를 단일화하자는 것이다.

 

학부모의 학교참여 휴가제 도입도 논제로 던졌다. 학부모 친화형 참여체제를 구축할 뿐 아니라 가정과 직장의 양립을 위한 가족친화제도로서도 중요과제로 논의할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선거권을 만 18세(교육감 선거권은 만 16세)로 낮추자는 방안도 거듭 제기했다.

 

416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토론회 장의 모습.
416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토론회 장의 모습.
■ 궁극적 모두가 행복한 교육 실천

416 교육체제는 경기교육을 근간으로 한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는 경기교육을 대표하는 슬로건이다. 이에 416 교육체제는 다문화가정의 자녀, 북한이탈청소년, 취약계층에 대한 이야기를 놓치지 않았다. 또 저소득층 자녀와 장애를 가진 학생, 기초학려 미달 학생, 학업을 중도에 포기한 학생까지. 교육에 소외된 이들을 포괄하고 있다.

 

이들은 계층 간 소득에 따른 학업 성취도의 차이는 물론, 도시와 농촌 간 교육격차 등 지역 간 교육 격차와 맞물려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또한 북한이탈학생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로, 남북한 사회의 문화, 가치관 차이와 함께 학습 공백으로 적응이 쉽지 않은 상태다. 우리나라 학생과 비교해 학력이 낮은 데다 영양결핍과 탈북과정에서 얻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심신 건강 또한 좋지 못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16 교육체제는 지역사회와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을 제시하고 있다. 또 지역사회 학습안정망협의회를 구성하고 교육격차해소위원회 설치와 전인적 학생성장지원팀을 구성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특히 부족한 기초학력은 조기에 학생을 진단하고, 방학 중 학습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학교별로 방과 후 상생 집중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안도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빈곤층을 비롯한 소외계층의 양육문화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중간계층 이상의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에 비해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성장배려학년제’도 새롭게 도입했다. 성장배려학년제는 학교생활에 적응과 성장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이수광 경기도교육연구원 교육연구부장은 “‘416 교육체제’에 담겨있는 가치와 최근에 우리 사회 변화와 관련한 시대정신은 일맥상통한다”면서 “도교육청 차원에서 학생들의 삶을 위해 정책 프레임을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 가는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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