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천년 성장 동력을 묻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대선의 해… 21C 대한민국 개혁 실학에서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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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75) 다산연구소이사장은 2018년 경기천년을 앞둔 경기도에 ‘실사구시(實事求是)’와 ‘실용주의(實用主義)’ 정신을 주문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도 실용주의와 실사구시의 정신을 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두 실학사상이다. 실학은 사회제도의 개혁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조선 후기의 학문이다. 

백성에게 주권(主權)이 있다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의 근대적 정치의식의 발달을 가져왔으며, 양반의 특권을 비판하고 백성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일조했다. 나라가 혼란스러운 이 때 실학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박 이사장은 “인간이 기본적 인권을 누리고, 삶의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제도로 바꿔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것이 실학이고, 그 중심에 경기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경기천년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경기도는 천년동안 고려나 조선의 심장부 역할을 해왔다. 벼슬하는 사람들, 관료들도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고려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인재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이다. 오랫동안 나라의 심장 역할과 동시에 국가 인재의 보고였다는 것은 의미가 깊다.

 

-천년을 앞둔 경기도,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경기도의 발전이 대한민국 발전의 척도라 할 수 있다. 경기도가 얼마나 발전했느냐에 따라 나라 전체의 발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작 경기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평가할 만한 자료는 없다. 잘잘못을 떠나 오랫동안 국가의 심장부 역할을 했던 사명감을 잊지 않고, 새로운 천년을 준비해야 한다. 인재 배출은 어떠한가. 

고려와 조선의 역사를 봤을 때 경기도는 인물의 고향이다. 고려시대의 윤관 장군은 아직도 파주에 유적지가 있지 않나. 조선 초기와 중기도 마찬가지다. 황희 황정승, 율곡 이이, 우계 성혼 선생 등 학자로서는 국가를 대표하는 분들이 모두 경기도 출신이다. 국가를 이끌고 갔던 정승, 판서들이 모두 경기도 출신이란 말이다. 국가의 기둥 역할을 해온 것이다. 지난날의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 해줘야 한다.

 

-경기천년을 이야기하는 이때, 실학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는지.

조선 600년 이야기를 하고 싶다. 15~16세기는 성리학 시대고, 18~19세기에 성리학과는 다른 패턴의 실학이라는 것이 등장했다.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실학은 수도권 중심으로 일어났다. 일부 호남권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조선실학하면, 서울보다는 경기도 실학이 우세하다. 

안산의 성호 이익, 광주의 순암 안정복, 남양주의 다산 정약용 등 모두가 경기도 출신이다. 반계 유형원 선생도 서울을 중심으로 했지만 묘소는 용인에 있다. 조선의 3대 실학자를 들라 하면 유형원, 이익, 정약용을 드는데 어떻게 보면 모두 경기도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2000년대 초 경기도에서 ‘실학현향사업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그것이 중심이 돼 현재 남양주에 있는 실학박물관이 세워진 것이다. 그때부터 경기도에 실학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에는 실학에 대한 수 많은 전통이 있고, 수 많은 실학자들이 배출됐다. 이런 전통을 이어받아 경기도의 행정이나 논리를 실학사상으로 끌고 가야 한다. 실학사상이 무엇인가. 생산을 증대해서 국민들이 넉넉하게 먹고 살고, 이용후생을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오늘도 천년의 경기도를 이야기하면서 실용주의 논리, 실사구시의 논리로 도정을 이끌고 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의 기본권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자유와 평등이 실현돼야 하고, 빈부격차를 줄이는 것은 물론 소득이 증대돼야 한다. 모두 실학의 논리다. 모두 실용주의에서 오는 행정이다. 경기도야 말로 이용후생의 길을 넓혀서 실학 정신을 꽃피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나라가 시끄럽다.

국민도 마찬가지지만 나라에서 벼슬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헌법을 지켜야 한다. 요즘 벌어진 일은 법률을 어기고, 헌법을 위반하지 않았는가. 법률을 어기고 헌법을 어긴 이상 그에 맞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대통령은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야 하고, 관계된 사람들은 징벌을 받아야 한다. 주말마다 대형촛불집회가 열리지 않나. 이것이 바로 국민의 뜻이다. 성난 민심은 달랠 길이 없다. 말은 안 하고 있지만 가슴 속에는 응어리져 있다. 촛불집회에 나가지 않는다고 응어리가 없겠나. 대부분이 나와서 탄핵을 요구한다. 평화로운 상태가 지속될 때 빨리 법률적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 처음 둑에 구멍이 나면 흙 한 삽이면 메울 수 있다. 

하지만 계속 놔두고 방치하면 둑 전체가 무너져 내린다. 촛불의 뜻과 촛불의 의도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를 잘못되게 만들었거나 법률과 헌법을 어긴 사람들이 제발 양심을 회복해서 잘못을 반성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빌었으면 한다. 

정신적으로 피곤하지 않나.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 계엄령을 내리고 총칼을 들이대도 성난 군중은 물러서지 않았다. 과거에 겪어보지 않았나. 절대로 다시는 그런일이 없도록, 당사자들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있다.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가.

실학사상을 제일 잘 알고, 실용주의와 실사구시의 정신을 제대로 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누가 나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찌됐든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지 않나. 우리는 이번 경험을 통해 정말로 좋은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경기도민은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데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

 

-변화가 필요한 세상이다. 누가되든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모든 제도를 구제도로 봐야 한다. 이른바 ‘앙샹레짐’으로 보자. 구제도를 완전히 탈피해 새로운 체제로 국가를 이끌고 가야한다. 그런 마음 준비가 된 사람이 직권 해야 한다. 지금까지 쌓이고 쌓인 적폐를 해결해야 한다. 

국가에 대한 대개혁을 실행한 후에 나라를 이끌고 가야 한다. 지금 이 뿌리 깊은 부정부패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렇게 불공정한 나라가 어디에 있나. 돈과 권력 있으면 대학 가고, 군대 안 가는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문제가 있는 헌법들도 개정해야 한다. 내부 고발에 대한 확고한 보장을 만들 필요도 있다. 내부 고발자가 보호된 것처럼 법이 만들어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부정부패를 막으려면 내부 고발에 대한 철저한 보호가 필요하다. 

다산은 200년 전에 내부 고발에 대한 보호법을 주장했다. ‘김영란법’을 통해 깨끗한 세상을 만들어 보자고 하지만 근본적인 정신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 부정부패를 저지르면 생존할 수 없다는 교육을 해야 한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죄다 부정부패만 보이고 있으니 사회 교육이 제대로 되겠나. 도덕과 윤리가 망가졌다. 우리에게는 악만 보여주고, 잘못만 배우게끔 돼 있다. 그렇다고 공교육이 제대로 살아 있나. 요즘 ‘이게 나라냐’란 말이 유행이다. 앞으로는 ‘이게 나라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통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새해에 덕담 한마디 부탁한다.

진실하게 사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희망이 있지 않나. 너무 자신을 속이고 산다. 자살률이 높은 것도 문제다. 삶에 대한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원체 못된 역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경기도민만이 아닌 우리 국민 모두가 용기를 지녀야 한다. 조금 불편하고, 조금 힘들더라도 세월은 돌고, 세상은 바뀐다. 이 힘든 시기가 지나면 좋은 시기가, 좋은 나라고 온다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런 것이 돼야 앙샹레짐을 청산하고,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

 

박석무 이사장은…

 1942년 출생

 1977~1980 국제사면위원회 광주지부 총무

 1988~1992 제13대 평민당 국회의원

 1992~1996 제14대 민주당 국회의원

 1998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 2004 518기념문화재단 이사장

 2005 단국대학교 이사장

 2007 한국고전번역원 원장

 現 다산연구소 이사장ㆍ단국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 저서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2003), <풀어쓰는 다산이야기>(2005), <조선의 의인들>(2010), <다산 정약용 평전>(2014) 외 다수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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