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컬스데이 “기적 아닌 실력으로…”
경기도청은 2014년 2월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비록 목표했던 4강 신화를 이루지 못했지만, 아름다운 도전을 펼치며 어느 금메달리스트 못지 않게 많은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한국 여자 컬링 사상 첫 올림픽 무대를 밟은 경기도청은 최약체라는 당초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세계 강호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고, 그들의 도전을 보면서 이름조차 생소했던 국민들은 컬링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꾸준히 세계의 문을 두드리며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 낸 경기도청 컬링팀. 이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또다른 역사를 쓰기 위해 달리고 있는 ‘여걸5’를 지난 29일 늦은 밤 태릉 컬링훈련장에서 만나 각오를 들어봤다.
■ 평창을 향한 ‘1차 관문’을 넘어라
신동호 코치가 이끄는 경기도청 컬링팀은 스킵 김은지, 세컨 이슬비, 써드 엄민지, 리드 여민정, 피프스 설예은으로 구성돼 있다. 경기도청이 ‘꿈의 무대’인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서기 위해서는 올해 상반기 3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경기도청은 그동안 숱한 국제대회 출전을 통해 쌓은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가 강점으로 꼽힌다. 김은지, 이슬비, 엄민지 등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베테랑 3인방’은 팀이 기대이상의 선전을 펼쳤던 당시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새로운 후배 선수들과 팀워크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위에 머물러 태극마크를 내준 경기도청은 포지션 변경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 미세한 컨트롤 하나 하나에 승부가 뒤바뀌는 컬링에서 포지션 변경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포지션 변경 후 처음 출전한 신세계-이마트배 컬링대회에서 당당히 정상에 오르며 부활을 예고했고, 9월부터 한 달 여간의 캐나다 전지훈련을 통해 응집력을 쌓으며 새로운 팀으로 거듭났다.
신동호 코치는 “베테랑 선수들이 많지만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컬링도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 때문에 매일같이 균형감 있는 밸런스, 스톤 투구시 표현능력, 쉬위핑 등 기본기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라며 “충분한 경험과 선수들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기본기가 받쳐준다면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훈련장 없는 설움… 철새훈련으로 극복
하지만 경기도청의 평창을 향한 가장 큰 걸림돌은 열악한 훈련 환경이다. 경기도청은 도내에 전용훈련장이 없는 까닭에 국가대표 훈련 장소인 태릉 컬링훈련장에서 더부살이 훈련을 하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단이 해외 전지훈련을 떠난 지난해 11월까지는 그나마 틈틈이 훈련을 쌓을 수 있었지만, 집 주인(?)들이 복귀한 12월부터는 새벽과 점심, 저녁 시간 등 대표팀 훈련후 남는 짜투리 시간을 겨우 활용해 감각을 익혀왔다.
간간히 스케이팅 선수들이 훈련하는 아이스링크에서 타 종목 선수들의 눈치를 보며 훈련을 할 때도 있지만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는 날엔 숙소에서 영상을 통한 시뮬레이션으로 전술훈련을 대신한다.
경북 의성컬링센터에서 마음껏 훈련에 전념하고 있는 현 국가대표이자 ‘라이벌’ 경북체육회와는 극과 극의 훈련여건인 셈이다. 경기도청은 1월 2일부터 일본 나요로로 16일간의 전지훈련을 떠났다. 전국동계체전을 앞둔 1월부터는 7개 시ㆍ도 전 종별 선수들이 태릉 훈련장을 찾아 훈련하기 때문에 이틀에 한 번 훈련하기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택한 전지훈련이다.
다행히도 지난해 신세계-이마트배 대회 우승으로 받은 상금 등을 모아 전지훈련비를 쌓을 수 있었다. 팀의 맏언니인 이슬비는 “전용훈련장이 없어 아쉽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라며 “우리는 훈련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나가야 한다. 이런 상황을 탓하기 보다는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짧은 국내 훈련을 위해 최소 1시간 이상을 대기하거나 국외로 ‘철새훈련’을 떠나야 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경기도청 선수들의 평창 동계올림픽을 향한 의지만큼은 단연 최고다. 스킵 김은지는 “죽을 힘을 다해 연습하고 있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비록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올림픽을 경험 해본 만큼 반드시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해 메달을 획득하고싶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소치 올림픽 당시 팀의 막내였던 써드 엄민지는 “처음 컬링을 시작할 때부터 평창 동계올림픽을 바라보고 운동을 시작했다. 매년 최선을 다해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하지만 이번에는 목표가 더 뚜렷한 만큼 더 열심히 훈련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언니들을 따라 처음 올림픽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리드 여민정은 “올림픽은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다. 더군다나 평창 동계올림픽은 국내에서 열리기 때문에 느낌이 남다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선발전을 통과해 팀원들과 함께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겠다”고 밝혔다. 세컨 이슬비도 “운동선수의 꿈은 올림픽에 서는 것이다.
반드시 태극마크를 획득해 두 번째 도전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강조했고, 팀 막내 설예은도 “언니들과 함께 평창만 바라보며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선발전이 얼마남지 않은 만큼 더 열심히 노력해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어느 종목보다도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면 열악한 훈련 환경의 설움을 견디며 운동해야 하는 컬링 종목에서 경기도청 여전사들은 1년 뒤 평창에서 겨울스포츠의 신화를 또 한 번 써내려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경기도청 컬링팀은
△2003년 경기도체육회 관리팀 지정
△2012년 3월 캐나다 세계여자컬링선수권 4강
(한국 최초 올림픽 출전권 획득)
△2012년 9월 경기도청 직장운동경기부 정식 창단
△2013년 3월 제94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여자 일반부 우승
△2013년 4월 국가대표 선발전 우승
△2013년 9월 중국오픈대회 우승
△2013년 11월 아시아태평양 컬링선수권대회 우승
△2013년 12월 이탈리아 트렌티노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준우승
△2014년 2월 소치 동계올림픽 공동 8위
△2014년 3월 캐나다 세계여자컬링선수권 4강
△2015년 4월 국가대표 선발전 우승
△2016년 12월 일본 나가노 가루이자와 국제컬링챔피언십 우승
홍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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