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벌꿀, 우리 가족 손 안에 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양봉 사업에 매진하는 ‘허니테크’의 박정후 과장(35)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허니테크는 양봉 농가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생산ㆍ판매하는 벌꿀농축기 생산 전문기업으로,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 우리의 벌꿀을 알리고자 하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한발한발 나아가고 있다.
지난 21일 수많은 실패에도 굴하지 않은 허니테크의 박규환 대표(63)와 박정후 과장, 두 용감한 부자(父子)와 만나 ‘장수 기업’과 ‘가업 승계’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좋은 품질의 벌꿀을 위한 허니테크의 끝없는 도전
허니테크의 시작은 지난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중공업에서 전기 분야 기술자로 일하던 박 대표는 회사에 다니면서 취미로 양봉을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됐다. 이후 2001년 명예퇴직을 한 박 대표는 본격적으로 전업 양봉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수원양봉원’이라는 이름의 양봉 농가로 첫출발한 허니테크는 지난 2006년 국내최초로 벌꿀에 있는 수분을 효과적으로 농축시켜 일정한 품질의 벌꿀을 생산할 수 있는 ‘상온벌꿀농축기’를 개발했다. 농축기 개발 이후 꿀의 품질관리를 위해 농축기를 자체적으로만 사용하다가 제주도의 한 영농법인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와 기기를 구매한 것을 시작으로 양봉에서 벌꿀농축기를 직접 생산 및 판매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이후 입소문을 타고 전국 각지에서 양봉을 하는 농업인들이 찾아오기 시작해 10년이 지난 현재에는 벌꿀농축기의 생산, 수리, 기술개발을 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소기업으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벌꿀 자동병입기, 벌꿀수분굴절계 등 벌꿀농축과 관련된 전문기기 등을 수입하면서 국내 양봉 산업 발전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대전에서 열린 세계양봉대회에, 올해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아시아양봉대회에 참가하는 등 세계적인 양봉산업 전문전시회에서도 국내 최초로 벌꿀농축기 등을 선보이면서 해외까지 발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 수백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맺은 ‘달콤한’ 결실
벌꿀 생산은 벌통에서 꿀을 뜨는 채밀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나온 꿀은 농축을 통해 수분량을 조절해야 장기보관 및 산패방지가 가능하다. 때문에 농축은 일정한 품질유지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 초보 양봉인이었던 박 대표는 직접 농축을 하지 못해 대형 농축시설이 갖춰진 농축장에 가서 농축을 해오게 됐다.
하지만 대형 농축장에서 농축 후 최종적으로 나온 벌꿀은 양이 얼마 되지 않거나 품질이 일정하지 않은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박 대표는 소규모 농장에서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쉽게 농축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고, 결국 직접 벌꿀 농축기를 만들어 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고 실패하면서 퇴직금까지 거의 바닥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기술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고 농촌진흥청에까지 자문을 구한 결과 마침내 수원시 농업기술센터의 농업인개발과제로 ‘벌꿀상온농축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할 수 있었다.
기기 개발 이후 유통 및 홍보 등 업무가 늘어나자 박 대표 혼자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됐고 부인 이진옥 공동대표(63)를 비롯해 아들인 박정후 과장까지 나서 일손을 돕게 됐다. 지금은 박 과장에게 가업 승계를 하기 위해 5년째 양봉뿐 아니라 농축기 품질관리 및 판매 등 전반적인 업무를 맡기는 등 두 부자가 사업 확장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송승윤기자
사진=김시범기자
인터뷰 박규환 대표·박정후 과장
“부자가 양봉사업에 의기투합… 벌꿀 장인될 것”
농축기로 직접 뽑아낸 꿀로 만든 차 한 잔을 건네받으며 박 대표, 박 과장 부자와 함께 달콤한 대화를 나눴다. 박 대표에게서는 좋은 꿀에 대한 열정을, 아들 박 과장에게서는 이를 본받아 회사를 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패기를 엿볼 수 있었다.
-아들에게 어떤 계기로 가업을 물려줄 결심을 하게 됐나.
박 대표 : 단적으로 말하자면 양봉산업의 미래가 밝기 때문이다. 양봉은 기후 변화나 개화 기간의 변화 등에 따라 수분량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벌꿀의 품질이 일정하지 않은 등 많은 변수를 거친다.
이런 상황에서 양봉업계는 벌꿀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성 하락이라는 문제점에 봉착했고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언제나 일정한 품질의 벌꿀을 생산해낼 수 있는 벌꿀농축기 사업뿐이라고 판단했다. 이렇듯 양봉업계 전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사업을 남의 손에 맡기기는 힘들었다.
박 과장 : 나도 아버지의 생각에 동의했고 충분히 청춘을 바쳐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고품질의 벌꿀을 생산할 수 있는 기기를 제작한다면 벌꿀 품질을 일원화 시킬 수 있고 나아가 농가가 고품질의 벌꿀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까지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양봉산업과 양봉 관련 기자재 산업이 공생관계로 발전해 나가면 당사 사업도 앞날이 밝을 것이라고 여겨 가업을 물려받을 결심을 하게 됐다.
-가업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는지.
박 과장 : 약 5년 정도 부모님과 같이 사업을 하면서 생산현장을 제외한 모든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 때문에 처음에는 경영, 회계, 판매, 홍보 등 여러 가지 일을 혼자 하다 보니 이에 대한 어려움이 많았다.
박 대표 : 물려받는 것도 힘든 일이겠지만, 물려주는 입장에서 고민은 더욱 컸다. 휴일 없이 일해야 하는 제조업과 양봉업의 특성상 인간관계나 개인 여가시간 등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될 부분이 반드시 생기게 된다. 하지만 우선 아들 본인이 회사를 물려받아 더 크게 키워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양봉 산업 분야가 고부가가치산업일 뿐만 아니라 미래 전망도 밝은 산업이기 때문에 아들이 가업을 물려받겠다고 결정했을 때 내색은 안했지만 무척 기뻤다.
-장수기업으로서의 기업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박 대표 : 우선 앞으로 3~5년 안에 연 매출 10억 원을 달성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현재는 목표치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의 매출을 달성했다. 두 번째는 목표 매출을 달성한 뒤 대표직에서 완전히 물러나고 이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목표치까지 도달한 뒤 대표직을 물려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본다. 그 다음은 아들의 몫이다.
박 과장 : 내 목표는 와인 소믈리에처럼 벌꿀에 대한 장인이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에게 맞는 벌꿀을 추천하고, 요리방법, 식음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 양봉산업과 농축기 판매를 넘어 벌꿀에 관한 전반적인 것들을 모두 다루는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양봉산업의 선두주자인 독일에서 수학하기 위해 독일어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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