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노동의 미래’] 일하는 로봇 덕에 삶의 질 향상 vs 사라지는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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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3D프린팅, 드론, 사물인터넷, 증강현실(VR) 등 전 세계가 주목할 만큼 큰 변화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초 스위스에서 열린 다포스 포럼의 화두 또한 ‘4차 산업혁명’이었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하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혁명의 직전에 있다”면서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 복잡성 등은 이전에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혁명은 세상이 변화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로 큰 변화를 의미한다.

 

증기기관을 통한 이동수단의 발달과 기계식 생산 시스템을 통해 시작된 1차 산업혁명, 전기의 발명으로 에너지원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온 2차 산업혁명, 인터넷과 PC의 보급으로 정보산업의 발전을 불러온 3차 산업혁명까지.

 

그동안 산업혁명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물결을 일으켜 왔다. 본보는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를 짚어본다.

■ 평균수명·삶의 질 향상 가져올 의학·산업기술의 발달

의학기술과 산업기술이 진화로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면서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삶의 질이 급속도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코트라(KOTRA)가 지난 11월 발간한 ‘4차 산업혁명 시대, 일본의 의료·헬스케어 산업’ 보고서를 살펴보면, 일본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ICT와 융합된 의료·헬스케어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덕분에 환자의 건강상태나 질병을 감지·관리하는 기술과 제품이 상용화되고, 맞춤형 의료서비스와 재택·원격의료 사업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또 의료기기·헬스케어 분야에서 ICT 기술이 융합된 생체현상계측·진단기, 의학영상정보시스템과 임플란트 제품이 유망 분야로 소개됐으며, 의약품과 관련해서는 일본의 복제의약품·바이오시밀러 보급 확대정책이 우리 기업의 대일 수출 기회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됐다. 

코트라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의료·헬스케어 산업은 ICT와 융합을 통해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고 건강수명을 연장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 제조업 유랑민 불러올 ICT 산업의 급속한 부상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신개발ㆍ신기술의 특징은 디지털과 정보기술이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대 기업 가운데 6곳이 ICT 기업(애플ㆍ구글ㆍ마이크로소프트ㆍ아마존ㆍ페이스북ㆍ텐센트)이며, 제조업은 3곳에 불과하다. 이는 ICT 기업의 부상과 제조업의 퇴단을 뜻하기도 한다. ICT 기업과 제조업의 가장 큰 차이는 근로자수로 볼 수 있다. 

1990년대 미국 디트로이트의 3대 기업이 시가총액 360억 달러, 연매출 2천500억 달러, 종업원수 120만 명이었던 것에서 2014년도 실리콘밸리의 3대 기업은 시가총액 1조900억 달러 연매출 2천470억 달러, 근로자수 13만7천 명이다. 연매출 규모는 비슷하지만 종업원은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흡사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가 연상되는 부분이다. 

이 소설에서는 곡창지대인 오클라호마에서 트랙터 1대가 농부 10명의 일을 대체하자, 일거리가 없어진 9명의 농부는 가족과 함께 고향을 떠나 유랑민이 된다. 4차 산업혁명은 이처럼 제조업 유랑민 시대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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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2016 바이오 미래포럼’에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한국과학기술원 관계자로부터 ‘혈관 및 산소포화도 측정용 휴대용 기능 근적외선 분석장치 개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 직업 판도 흔들 4차 산업혁명, 사라질 수백개 직업군

인공지능 로봇이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산업을 이끌 주체로 부상하면서 직업의 판도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직업은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으로 나눠지는데 인공지능 로봇이 보편화되면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또 그만큼의 새로운 직업이 새롭게 등장할 전망이다. 빠른 시일 안에 사라질 대표적인 직업으로는 텔레마케터, 회계사, 소매점 계산원, 속기사, 부동산중개인들을 꼽을 수 있다. 

또 현대에 인기 있는 직업군인 판사, 약사, 의사 또한 로봇으로 대체 가능성이 커 없어질 여지가 있는 직업으로 분류된다. 버스기사와 택시기사, 택배기사 또한 자율주행자동차와 드론 등의 영향으로 없어질 직업들이다. 반대로 감성 또는 사회적 스킬이 필요한 일은 늘어날 수 있다. 가상현실전문가, 로봇윤리학자, 동물매개치료사, 범죄예방환경전문가처럼 삶의 질 혹은 공공안전분야와 관련된 직업들이 이에 해당하며 미래 세대들이 노려야 할 직업이다.

 

■ 소프트웨어공학에 쏠리는 新 교육 풍토

교육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교과서는 소프트웨어 교과서로 속속 대체되며 2018년부터는 대입에서 소프트웨어 특기자 전형이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이에 따라 대학교들은 소프트웨어 특기자 전형을 신설하며 수학계산, 프로그래밍, 알고리즘 개발 등 실기고사를 실시하기 위한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일부 학부모들은 미래유망산업으로 손꼽히는 소프트웨어공학과 관련된 사교육을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시키고자, 고가의 코딩학원에 투자하며 열풍을 이끌고 있다. 각급 학교에서 실시 중인 방과후 교실의 소프트웨어공학이나 로봇 커리큘럼도 인기강좌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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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간 AI, 우리가 직면한 기회이자 위기

직업훈련 강화·파견업종 확대 등 현실에 맞는 노동시장 개혁 필요

미국 굴지의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최근 2년 동안 폐쇄한 지점수는 전체의 10%에 달한다. 직원 또한 수만 명이 은행을 떠났는데, 이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의 원인은 단 하나 ‘4차 산업혁명’이었다. 모바일과 인터넷뱅킹이 활성화되면서 창구를 직접 찾는 고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5년 26%를 차지하던 창구 거래비중은 최근 10.1%까지 크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은행들 또한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8월 강원 원주와 인천에 미래형 점포 ‘스마트브랜치’ 1, 2호점을 연 데 이어 12월에는 서울 홍대에 3호점까지 개설했다. 스마트브랜치에는 창구 세 곳 중 한 곳에만 직원이 자리하고 있다. 나머지 창구에는 무인 셀프뱅킹 기기인 스마트 라운지가 배치돼 있다. 신한은행은 내년 전국적으로 스마트브랜치를 도입할 계획이다. 


흔히 인공지능의 시대라 일컫는 4차 산업혁명이 경제 전반에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제조업과 ICT의 융합으로 생산 및 유통 방식이 크게 바뀌고, 고용시장 또한 급변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7월 직업별로 1천6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ㆍ보험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의 82%가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직군에서도 2명 중 1명은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답변했다. 이는 근로시간만 채우면 임금을 받던 기존 고용시장이 업무의 강도와 수행 정도에 따라 대가를 지불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그것마저도 기계로 대체되는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노동시장 전략연구회 연구결과 발표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우선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 컨베이어벨트와 같이 매뉴얼에 따라 제품이 만들어지는 작업들은 모두 로봇이 대체할 수 있게 된다. 

제조업 현장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순 생산직들을 미래가 어둡다는 뜻이다. 이는 회사가 추구하는 고용 관계가 ‘생산품 제작’에서 ‘업무 구매’로 바뀌면서 인력을 감소시키는 절차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전문적인 분야를 내부 인력에 맡기지 않고 외부 공모 형식으로 진행해 효율성을 추구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업과 기업이 아닌 개인과 개인 간의 경쟁이 심화된다. 이 경쟁이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일자리를 크게 축소시킬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각에서 많은 대비책들도 나오고 있다. 직업훈련을 강화하고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한편, 무분별한 외국인 근로자 유입 또한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수년 내에 로봇들이 일자리를 차지하고 나서면 인력 초과 공급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금격한 임금 감소가 초래되고 노동시장 통제가 불가능한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업급여 만료자, 청년 실업자, 자영업자와 같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훈련·취업과 연계해 생계수당을 지원하는 제도인 공공부조(실업부조) 도입도 대두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충격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을 현실에 맞게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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