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낙조 명소로 유명한 화성시 궁평리 해안가는 갯벌과 더불어 해송군락지가 어우러져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곳이다. 하지만, 이 백사장의 모래가 해마다 조금씩 침식돼가고 있다.
사실 궁평리뿐만 아니라 최근 여러 곳에서 해안 침식 문제가 빈번히 발생, 원인과 대책 마련에 관련기관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안침식 원인을 분류하면 크게 자연적 침식과 인위적 침식으로 나눌 수 있다. 자연적 침식의 원인으로는 해수면 상승, 태풍, 해일, 파랑 등으로 들 수 있으며, 인위적 침식의 원인으로는 인근의 댐, 항만, 방조제 등 인공 구조물의 설치나 해안가 도로나 휴양시설 등 도시화 시설들의 건설을 들 수 있다.
궁평리 해안도 인근에 설치된 화홍호 방조제, 궁평항 방조제와 선착장 등 인공 구조물 설치와 인근 평택당진항의 항로 수심을 높이고자 준설 등이 침퇴적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사장은 해양과 육지 사이에 놓여 있는 완충 지역이자 전이지역으로 볼 수 있다. 해양으로부터 오는 파의 에너지는 백사장을 거쳐 그 힘이 감쇠되게 된다. 천연 방파제인 셈이다. 또한 이러한 방재의 기능뿐만 아니라 육지로부터 오는 오염물이 바다로 들어가기 전에 백사장을 거쳐 정화되는 자연 정화조의 역할까지 하는 생태학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백사장은 단순히 심미적 관점에서 친수성 기능뿐만 아니라 이러한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갖기에 해안 침퇴적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야 향후 지역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데 적절한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세계적 휴양지인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서도 이러한 해안 침퇴적 문제가 사회적 큰 이슈로 대두하고 있다. 하와이주의 해안선을 관리하는 국토자연자원부에 따르면 100년 전에 비해 하와이 해안의 70%가 침식이 진행됐으며, 100년 동안 11m가 침식됐다고 한다.
하와이주 정부는 이러한 해안 침식 문제를 해결하고자 해안침식의 원인부터 영향까지 관련된 많은 부서와 끊임없는 연구와 조사 등을 실시해왔다. 지역의 자원봉사자들도 해변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해변의 상황을 인지시키는 교육을 진행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그들에게는 생존권을 수호하고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라 하겠다.
최근 화성시는 궁평리 종합관광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궁평리의 1천900여 그루의 해송군락지를 포함, 해안가 철조망 제거 등을 통해 백사장의 접근을 높이고 주변지역을 해양 관광지로 개발하고자 하는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 실현을 위해 궁평리 연안침식 기초조사 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개발 이전에 해안 침퇴적의 원인을 분석하는 사업이 선행된다는 일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대응책과 환경적 피해가 적은 방향으로 주변 지역이 개발된다면, 개발 이후에도 해안을 복구 및 유지하는데 경제적 손실 없이 성공적으로 관광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해질녘 서해 낙조를 머금은 금모래 빛의 백사장의 모습을 희망해본다. 사실 그 모습만으로도 실로 엄청난 해양 관광 자원이라 하겠다.
우승범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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