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시민 자부심에 먹칠한 엉터리 수원화성 벽화

축조물 위치 오류·누더기 정조
무사안일 행정, 되풀이 말아야

수원화성에 대한 수원시민들의 자부심과 애정은 남다르다. 

정조의 효심이 담긴 세계문화유산은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시민들을 맞이하며 포근함과 추억을 선사한다.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지식은 모를지언정 수원시민들은 기본적으로 수원화성의 축조물들과 위치 정도는 쉽게 기억한다. 야경이 아름다운 방화수류정과 팔달산에 우뚝 솟은 서장대, 그 옛날 소식을 전하던 봉돈(봉화대) 등을 모르는 시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수원시민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못 따라간 엉터리 벽화가 하필 ‘수원화성 방문의 해’에, 그것도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인근에 그려졌다. 

지하철 1호선 화서역과 붙어 있는 ‘화산지하차도’에 그려진 이 수원화성 벽화는 기본적인 축조물 위치조차 잘못됐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동서남북 네 방향과 중앙 등 다섯 곳을 나타내는 ‘오방색’은 전혀 구현되지 않았고, 장안문으로 들어가는 정조대왕이 입은 옷은 마치 누더기처럼 표현됐다.

 

언뜻 사소해 보이지만, 이는 무사안일 행정의 단편적인 모습이다. 이 벽화는 지난 11월 팔달구청이 화산지하차도를 정비하면서 어두컴컴한 지하보도를 산뜻하게 만들고자 조성됐다. 취지는 좋았다. 900만 원을 들여 벽화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업체를 선정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팔달구청의 태만이 이 같은 엉터리 벽화를 불렀다. 구청은 벽화 사업계획안을 업체에 보낸 뒤 그렸다고 하지만, 벽화 작업이 끝난 이후 한 번도 현장에 나와 확인하지 않았다. 게다가 벽화를 그리기 전 감수조차 받지 않았다. 시민들의 수원화성에 대한 애정을 외면한 채 벽화가 그려졌다.

 

다행히 후속조치는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오류투성이 벽화가 그려진 경위와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수원시 전역에 그려진 벽화에 대한 전수조사에도 착수했다. 잘못이 발견되면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2016년 한 해가 저무는 시점에서 더 늦기 전 대응에 나선 점은 긍정적이다.

 

이것 하나만은 기억했으면 한다. 수원화성은 우리 수원시민 아니 국민 모두의 것이자 대대손손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이같은 수원화성에 대한 수원시의 무사안일 행정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났으면 한다. 올바른 지식과 애정은 기본이다.

이관주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