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방역… 과천 서울대공원의 ‘비극’

‘야생조류 차단’ 등 서울시 방심…  천연기념물 원앙 등 AI 살처분
인천대공원·에버랜드는 ‘선제적 방역·긴급 휴장’ 철통방어 대조적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폐사한 황새 2마리에 대한 정밀검사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양성반응이 나오는 등 대공원 측의 선제조치 미흡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AI로 임시 휴원 중인 19일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관계자들이 방역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폐사한 황새 2마리에 대한 정밀검사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양성반응이 나오는 등 대공원 측의 선제조치 미흡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AI로 임시 휴원 중인 19일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관계자들이 방역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일반인들과 접근이 용이한 서울대공원 내 황새마을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또 같은 칸에서 사육중인 원앙 5마리에서도 H5 양성 반응이 확인돼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모두 살처분됐다. 주요 발생지역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별다른 예방조치조차 없었던 서울대공원의 방심이 결국 화를 불렀다.

 

19일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대공원 동물원내 황새마을에서 사육 중이던 황새 2마리가 지난 16일과 17일 연이어 폐사했다. 대공원 측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간이검사에서는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국립환경과학원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H5 혈청이 검출됐다. 

또 폐사한 황새와 같은 칸에서 사육 중이던 아프리카저어새ㆍ흑따오기ㆍ원앙 등 18마리의 시료를 채취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원앙 5마리에서 H5 양성 반응이 나옴에 따라 나머지 원앙 3마리 등 모두 8마리도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했다. 서울대공원 측은 뒤늦게 무기한 휴원을 결정하고 조류사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에 대한 격리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AI가 최초로 발생(11월16일)한 지 35일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경기도를 중심으로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고 있는 AI 사태를 지켜보면서도 사실상 팔짱만 끼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확인 결과, 그동안 서울대공원측이 취한 방역은 일 1회 실시하던 자체 방역을 AI 발생 이후 월 2회로 늘리고, AI 위기 경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되자 3회까지 늘리는 게 전부였다. 방역을 둘러싼 서울시와 별다른 공조도 없었고 동물원 내 조류들이 야생조류와의 접촉을 막는 조치도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야생조류 분변의 유입을 막는 덮개도 설치하지 않았고, 야생조류와의 접촉을 막기 위한 동물원 내 조류들의 격리 조치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조류사 시설 상단을 천막 등으로 덮는 것도 고려했지만 반경 80m가 넘는 시설 여건상 힘들다고 판단해 설치를 못 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반해 수도권 내 대형 동물원 중 인천대공원과 용인 에버랜드는 AI 발병과 동시에 선제적 방역을 실시, 이날 현재까지 AI 바이러스 발병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인천대공원사업소는 지난달 28일 AI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관람객 안전 차원에서 인천대공원 내 어린이동물원을 긴급 휴원 조치했다. 이어 AI발생 가능성이 있는 원앙오리수리부엉이 등 21종 135마리의 조류뿐만 아니라 원숭이 등 37종 262마리의 동물을 모두 격리했다. 

또 용인시 에버랜드도 AI 감염을 막고자 지난달 30일 조류 관람장을 무기한 폐쇄하고 방역을 강화한 것은 물론 사육 중인 조류가 철새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야외에 있던 조류들을 모두

내로 옮겼다.

 

이에 대해 이기섭 서울대공원장은 “AI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동물원 휴원 여부를 고심하던 와중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서 “AI 주요 발생지역과 거리가 멀어 발생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는데 향후 철저한 방역 조치로 다른 조류에게까지 확산되는 것은 막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형표ㆍ박연선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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