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후 서로의 생사도 모른채 13년이라는 세월을 보내온 북한이탈주민 자매가 남양주시 ‘사랑의 김장담그기’ 행사에서 극적으로 상봉했다.
남양주시는 지난 5일 오전 조안면슬로시티문화관에서 북한이탈주민과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한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를 열었다. 조안면슬로시티협의회(회장 조옥봉), 경기북부하나센터(센터장 남명구), 남양주경찰서(서장 김충환) 등이 북한이탈주민과 홀몸 노인들을 돕기 위해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북한 이탈주민 30여 명과 조안면슬로시티협의회 회원 20여 명이 참여해 김장체험과 조안면슬로시티문화관 관람, 북한강 물의 정원 산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함께 했다.
특히 이날 김장 담그기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인 김정희(가명ㆍ여ㆍ47), 김정숙(가명ㆍ여ㆍ45) 자매가 13년 만에 극적으로 만나는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함경북도 회령에 살던 자매는 13년 전인 지난 2003년 동생 정숙씨가 탈북하면서 소식이 끊겼다. 정숙씨는 탈북 후 중국에서 10여 년을 보내고 3년 전에 한국으로 와 별내동에 정착해서 살고 있었다. 언니 정희씨는 3년 전 탈북해 지난해 한국으로 와 딸(24)과 함께 진접읍에 터를 잡고 살고 있었지만, 그동안 동생의 소식을 몰라 동생이 죽은줄로만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5㎞ 남짓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1년을 지냈다.
그러나 이날 우연히 행사에 참가한 언니 정희씨가 먼저 동생을 알아보면서 극적인 상봉이 이뤄졌다.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자매는 버스에서 내리던 중 언니가 동생을 알아보며 드라마 같은 상봉을 하게 된 것. 특히 이날 언니 정희씨는 몸이 아파 행사에 참석하지 않으려다 김치를 먹고 싶다는 딸의 말에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져, 자칫하면 자매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을 뻔했다.
13년 만에 만난 이들은 서로를 확인하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눈시울만 붉혔다. 정희씨는 “죽은 줄 알았던 동생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살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오늘 저녁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이들의 만남을 지켜보고 다들 놀라면서 뿌듯하고 기뻤다”며 “가까운 곳에 살고 있으니 자주 왕래하며 우의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담근 김치 1천 포기는 관내 홀로사는 어르신들 가정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