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영웅이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나 영웅 이야기가 아닌 오히려 기장 설리와 부기장을 대상으로 ‘허드슨강에 착륙한 것이 적절한 선택이었는가?’를 규명하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과정에 초점을 둔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진상조사위원회에 화를 내는 부기장에게 “그들도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야”라고 설리는 말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기장과 진상조사위원들은 감정적으로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서로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적절한 근거와 상대의 공감을 이끌어 내며 상대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에 반하여 ‘MS 논란’의 국정감사는 어떠한가? 수의 계약 문제와 교육청의 일괄 예산집행을 불법으로 몰아세우려는 의원의 우문이 시작점이기는 하지만 상대가 무엇을 질문하려 했는지에 대한 이해보다 질문 자체가 황당하다는 식으로 일관한 교육감의 태도가 합쳐져 웃지 못 할 일화를 탄생시켰다.

 

국정감사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행정부나 공적 영역의 해당 기관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와 지식을 얻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또한 국정감사 활동을 통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정보 제공을 위한 목적도 있다. 이런 상식적인 국정감사 활동 중에 왜 국회의원과 교육감은 각자 궁지에 몰리는 처지가 되었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국회의원이 교육감에게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감은 의원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인데 의원은 자기 말만 하면서 사퇴하라고 윽박만 지른다. 국정감사는 제한된 시간에 질의와 응답을 통해 이루어지는 데도 말이다.

‘MS 논란’의 국회의원을 보면서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하트나라 왕이 “저 놈의 목을 당장 쳐라”라고 명령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신하들은 가차 없이 실행한다. 그 곳에서는 국정감사 따위는 필요가 없다. 왕이 백성과 신하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납득시키려 노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것은 상대의 발언을 우선 주의 깊게 경청한 후 그의 말을 왜곡하지 않고 정직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자신의 주관적인 잣대로 상대방의 발언을 곡해하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자신이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분명한 표현만을 쓰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만 한다. 애매모호하거나 비유적인 표현 등은 삼가야 한다. 상대방 말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윤리적논리적으로 올바른 자세이다. 상대방 발언이 너무 불분명해서 글자 그대로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에는 그 다음 시간을 활용하여 상대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확인한 후 답변하거나 질의를 다시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설득을 통한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는 개인의 인격적 성장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적 의견 교환을 통한 사회공동체의 발전에도 이바지한다. 사실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는 국정감사를 하는 국회의원이나 유관 기관의 장들에게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반드시 갖춰야 할 소양이다. 

이런 과정을 통한 국정감사만 진행된다면 영화 주인공의 기장 ‘설리’의 대사 “우리는 영웅이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를 국회의원과 대상 기관의 관계자인 그들에게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서정미 안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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