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治世知音·세상을 다스리는 음악)
올 초부터는 ‘치세지음 (治世知音·세상을 다스리는 음악)’ 프로젝트를 통해 국악관현악의 음역을 확장하고 전통악기를 보편적인 악기로 바꾸기 위한 노력의 과정을 이어왔다. 20주년 성년으로서, 국악이라 불리는 특수한 음악이 아닌 음악을 하는 보편적인 악단으로 거듭날 것이다.
국악의 대중화를 목표로 서양 오케스트라의 형식을 빌린 국악관현악이 생긴지 50여 년, 경기도립국악단이 창단된 지 20주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국악관현악단은 길게는 천년, 몇 백 년 넘게 원형을 유지한 국악기로 변화를 꾀하며 성장해왔다.
이는 음악의 도구로 각 시대의 음악을 소화했기에 현재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전통을 지키는 것에만 급급한 박제화 된 음악으로 남을 것인지, 시대를 관통해 현대인의 감성에 새로운 느낌으로 스며들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서양 음악에서는 기교 향상을 위해 파가니니,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이 있듯, 국악에도 연주자의 기량을 높이고 보편화를 위해 악기별 체계화된 연습곡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기도립국악단은 국내 최초로 1천 페이지에 달하는 악기별 연습교본을 직접 제작하여 음계와 조성의 변화가 어려운 국악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수련 과정을 갖고 있다. 교본은 기교면에서 모든 국악기가 어려움이 없이 그 어떤 음악도 연주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기 위해 만들어진 연습악보이다. 전통악기의 숙련은 기본이고 각 악기별 음계 폭을 넓혀 단원들의 개인 역량강화에 귀중한 초석을 만들어지고 있다.
‘치세지음’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악기와 음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국악기가 가진 장점은 독특한 시김새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세계 음악을 국악기가 가진 특징으로 표현해낸다면 서양악기보다 매력적인 음악들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치세지음’은 우리의 국악이 세계 여러 나라들의 전통 음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본이 될 수 있고 악기 파트별 보편성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주자 스스로 연주법을 개발하고 그에 맞는 악기를 개량하며, 레퍼토리 확장이 가능할 것이다.
지난 10월 9일 경기도 여주시 영릉에서 훈민정음 반포 570돌 기념 한글날 경축행사가 있었다. 영릉은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인 세종대왕과 소헌왕후를 합장하여 모신 왕릉이다. 세종대왕은 ‘치세지음, 세상을 다스리는 음악이 편하고 즐거우면 정치가 조화를 이룬다’는 옛 선현들의 뜻을 계승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중국의 음악이 아닌 우리만의 고유한 음악을 만들고자 노력하였다. 경기도립국악단은 매년 한글날 공식행사에 참여하여 세종대왕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는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세종대왕의 염원처럼 국악단의 ‘치세지음’이 우리 음악의 옛 영광을 되찾고 우리 음악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초석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최상화 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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