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간호사 이야기

지난 추석 연휴기간 내내 필자는 병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병원의 구석구석을 살금살금(?) 돌아보았다. 오후 늦게 병원을 들어서다가 3교대 낮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간호사들에게 “안녕하세요?”라는 밝은 인사를 받으며 문득 며칠 전 보고받은 ‘입원환자고객 인터뷰보고서’를 떠올렸다.

 

고객의 불만과 요구 사항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설문조사 등의 방법도 있지만, 고객을 직접 인터뷰하는 것이 가장 생생한 고객의 소리라는 생각에 고객만족부서의 인터뷰보고서를 직접 챙겨보는 편이다. 그날의 인터뷰보고서의 내용은 나이도 어린 간호사들이 연로한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가며 헌신적으로 간호하고 돌봐줘서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어리고 미숙하고 거기에다 무뚝뚝하기까지 한 간호사들 때문에 불만이라는 민원이 꽤 있었던지라 그날의 칭찬보고서는 그 간에 있었던 심려를 씻어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최근 병원에 나이 어린 간호사가 많아진 이유는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간호사인력의 부족현상과 더불어 작년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 내 감염위험성을 줄이려는 방편으로 보호자 없는 병동 즉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장려하는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매년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간호사의 숫자는 늘어나는 데 비해 경력간호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보호자 없는 병동을 개설한 뒤 맨 먼저 고민했던 것은 보호자가 없어서 외롭고 불안한 환자들의 정서적 지원을 어떻게 하느냐였다. 그래서 일정한 숫자의 간호조무사와 보조원을 나이가 지긋한 사람으로 구성했다.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하려면 어느 정도 연륜과 경험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동안 간호와 수발 양쪽에서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는 환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가족간병이 보편화된 지금까지의 간병문화에 익숙한 환자, 보호자 그리고 간호인력 모두 새로운 제도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새로운 역할과 기능에 대한 혼돈이 병동현장에서 갈등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어느 순간 1~2년 차 간호사들의 간호행태가 전문적 간호에서 전인적 간호로 바뀌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간호 종사자들에 대한 칭찬으로 바뀌었다.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정서적 지지와 가슴 따뜻한 수발을 나이가 많은 간호보조 인력에 기대 했지만, 오히려 딸 같고 손주 같은 간호사들이 더 헌신적으로 간호와 수발을 수행했다는 칭찬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우리 간호사들이 간호윤리에 대한 투철한 직업의식과 간호사로서의 소명의식을 자각한 결과라고 병원장은 믿고 있다.

 

손주를 봐서 할아버지가 된 병원장의 눈에는 아직도 부모님에게 어리광이나 부릴 나이인 우리 간호사들이 가족들도 어려운 간병과 수발업무까지 업무영역의 구분 없이 간호서비스를 제공한 결과인 것이다.

 

병원장은 오늘도 한없는 애정과 신뢰의 눈길로 우리 간호사들이 간호현장에서 겪게 되는 수많은 난관과 역경을 이겨내며 끝없이 정진하고 노력을 다하리라 믿고 있다.

 

정영호 

한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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