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라는 장르가 워낙 생소해 통할까 걱정했는데 시민의 폭발적인 반응에 ‘이거다’ 싶었죠.
66만 남양주 시민 모두가 남양주시립합창단의 존재를 알고 음악문화를 더 많이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음악문화 불모지나 다름없던 남양주에서 오페라·뮤지컬·클래식 등 다소 어려운 분야의 음악문화를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친숙하게 만들어주는 이가 있다. 남양주시립합창단 고성진 상임 지휘자(58)가 그 주인공이다.
고 지휘자는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하고 1983년 서울시립합창단에 입단해 7년간 단원으로 근무했다. 특히 이탈리아 로마 한인교회, 로마 연합교회 성가대, 이탈리아 I Solist Roma 합창단 초대 지휘자를 비롯해 국내 여러 대학 합창지휘 강사를 역임하며 커리어를 쌓았다. 2002년부터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7년간 국립오페라합창단에서 활동하며 베테랑 지휘자로 거듭났다.
국립오페라단에서 활동할 당시 울릉도, 평창, 폭포 등 문화음악 소외지역을 주로 찾아다니며 오페라 중심의 공연을 펼쳐왔던 고 지휘자는 2010년 7월 남양주시립합창단 지휘자로 부임하면서 그 행보를 이어갔다.
고 지휘자는 “막상 남양주에 와보니 전문적인 음악홀도 없고, 지역 자체가 모두 다른 도시처럼 분산돼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지역 곳곳에 조성된 문화체육센터 연주홀을 중심으로 ‘브런치 콘서트’를 열었던 고 지휘자는 20만 인구의 구리시에도 있는 전문홀이 남양주에 없다는 사실에 공간적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러나 음악문화 전파에 대한 열정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고, 시민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직접 찾아가는 ‘동네방네 음악회’를 기획, 지역 내 초·중·고는 물론 아파트 단지, 노인정 등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했다.
특히 고 지휘자는 ‘남양주 시민은 오페라에 관심이 많지 않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에도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자신의 전공인 오페라에 집착하지 않고 가요, 뮤지컬 등 시민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성악 전공자들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생소한 공연까지 연출했다. 이 모습을 본 시민들은 크게 열광했고, 의구심을 품었던 오페라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큰 인기와 쇄도하는 요청에 내년부터는 오페라와 뮤지컬 공연 횟수를 2배로 늘릴 계획이다. 그는 “모든 이들이 시골지역은 오페라에 흥미가 없어 인기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호응이 좋았다”며 “남양주에도 오페라가 안착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시립합창단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도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전문홀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한 가정의 가장인 단원들의 낮은 임금과 연 100회에 육박하는 빽빽한 공연 일정이 그것이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도 ‘희망’을 갖고 따라주는 단원들에게 고마움과 함께 이들의 뛰어난 기량을 외부출연을 통해 선보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고 지휘자는 “더 많은 공연으로 시민에게 다가가 이제 남양주 하면 ‘오페라의 도시’로 인식시키는 게 앞으로의 목표이자 꿈”이라며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시민과 쉽게 교감할 수 있는 다양한 음악문화 활동을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양주=하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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