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불확실한 시대의 단상

대학에서 경영정보학이라는 비교적 낯선 학문을 전공할 때만 하더라도 세상이 이렇게 급격하게 변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니 군에서 제대하고 처음 마주친 인터넷 기반의 윈도우 운영체제가 가져다준 난감함이 앞으로 시작될 변화의 전주곡에 불과했다는 것도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어느 날인가부터 갑자기 국민학교 때 읽었던 공상과학소설이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빅데이터, 드론, 증강현실 등 대학교재에서나 볼 법한 어려운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포켓몬고라는 게임을 하기 위해 속초로 달려가는 사람들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한편 자율주행자동차의 첫 사고 소식과 함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후손들이 만든 가상세계라는 다소 황당한 뉴스도 들린다.

 

급격한 기술의 발전은 에어비앤비,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한 반면에 기존의 기업들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유형의 비즈니스의 등장에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상이다. 문화관광산업이 국가를 이끄는 신성장동력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명동에는 중국인들이 가득하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군상들도 변화시키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경쟁력을 갖춘 젊은 친구들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그렇게 해서 취업을 해도 다수가 사표를 내고 마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기계와 인간의 바둑대결을 보면서 금방이라도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이 열릴 것 같이 난리법석이다.

 

성공을 하려면 올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정진하면 된다는 스티븐 코비의 얘기도 어디가 올바른 방향인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지금의 현실에서는 이미 과거의 유물과 같은 얘기가 되어 버렸다. 한때 지능형 의사결정이라는 분야를 접하고 불확실성하에서 의사결정이라는 연구도 했었지만 사실 이렇게 불확실한 세상의 중심에 내가 놓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대학에서 정년을 보장받았지만 안락한 미래가 나를 반겨줄 것이라고는 아무래도 기대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요즘은 학생들이 상담을 하러 오면 뭐라고 상담을 해주는 게 좋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내 앞길도 잘 모르겠는데 조금 더 살았다고 조금 더 배웠다고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는 것이 윤리적으로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개인의 생계도 안전도 자신이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중요한지 지금 알 수 있다면 지금이 불확실한 시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생각해 보면 아무런 변화가 없는 사회보다는 동적인 움직임이 있는 불확실한 사회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가능성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확실해서 그렇게만 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던 시대는 원래 없었던 것 같다. 늘 위기였고 항상 불확실했다. 결국 되돌아보면 이 시기도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을 제대로 행하다 보면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는 우리가 만들 수 있다.

 

정남호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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