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김영란법은 ‘홍보성 보도’를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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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필자가 소속된 한 단체로부터 추석 연휴 뒤 바로 송년모임 예정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연말이 되려면 아직 수개월이나 남았는데 무슨 연유인가 했더니 김영란법 시행 전에 부담 없이 모임을 갖자는 취지라고 한다.

 

지인이 근무하는 모 대학에서도 추석 연휴 다음 주에 송년모임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모임을 9월에 한다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유를 들어보면 납득 못할 것도 없어 보인다. 이 법이 도대체 얼마나 부담스러우면 이런 해프닝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법 시행을 앞두고 전에 없던 여러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고급식당은 예약 취소로 울상이라고 하는데, 포털 사이트에 한 일식집의 2만9천원짜리 ‘김영란정식’이란 메뉴판 사진이 올라와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법 시행과 맞물려 택배업계는 일이 넘쳐서 비상인데 문화마케팅 업계는 꽁꽁 얼어붙어 비상이란다. 그도 그럴 것이 공연예술 분야에 기업 후원 비중이 높은데 공연 티켓 값이 5만 원이 넘는 예술 분야는 타격이 클 것이다.

 

이처럼 피부로 느껴지는 현상들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 라는 이 법명의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이상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

 

이 법 적용 대상 중에서도 언론인들이 공직자는 아니지만 업무의 특성상 준 공직자 대우(?)를 받으며 주목을 받고 있어, 대형 방송사들은 사내에 김영란법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신문 매체도 향후 언론계가 받게 될 영향을 가늠하면서 홍보 기사 관행이 감소되지 않겠냐는 기대감과 함께 광고비 감소와 매출 타격을 염려하는 어수선한 분위기인 듯하다.

 

이런 가운데서도 한 지상파 방송은 과도한 홍보성 보도로 논란을 빚고 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관객동원 700만을 돌파해 화제인데 KBS가 영화 개봉 전부터 자사 뉴스를 통해 이례적으로 이 영화를 홍보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KBS의 자회사가 제작비 일부를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25일 이 영화의 홍보성 기사 제작 지시를 거부한 자사 문화부 소속 기자들을 징계 처분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탓에 김영란법 시행으로 홍보성 보도 관행이 얼마나 줄어들지 의문이 생긴다.

 

그야말로 이해충돌 방지조항 누락과 적용대상의 형평성 문제 등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있는 터라 홍보성 보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또한 법 적용 대상 가운데 1만7천210개의 국내 언론사도 포함된다고 하는데, 정작 언론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거대 미디어인 포털사들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하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김영란법이 언론 분야에서 안착하기 위해서는 거센 논란의 강을 건너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역별 적용기준이 달라 곳곳에 형평성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뜨거운 감자는 단연, ‘홍보성 보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일 것이다. 언론사의 매출과 직결되는 이 문제를 두고 ‘법’과 ‘현실’은 어느 선에서 타협하게 될까.

 

김정순 신구대학교 미디어콘텐츠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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