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부드럽고, 포근하고, 몽환적이며 서정적인 이미지를 준다. 그래서인지 달은 사람들에게 기대고 싶은 친구이자, 소망을 구하는 대상이기도 했다. ‘달’하면 연상되는 명사로는 연인, 어머니, 그리움, 낭만, 풍류 등을 꼽을 수 있다.
문학작품의 예를 들어본다면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三更인제/ 일지 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라고 노래한 고려시대의 문신 이조년의 ‘다정가(多情歌)’는 달을 소재로 한 시(詩)로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달하 높이곰 도다샤/어기야 머리곰 비치오시라……”라고 한 백제가요 ‘정읍사’는 달을 통하여 지아비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한 정을 노래한 불후의 고전이다.
달빛에 젖은 성곽의 모습 또한 아름답다. “황성(荒城) 옛터에 밤이 깊어/월색(月色)만 고요해…”라는 대중가요 ‘황성옛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공통적 정서로서 마음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華城)은 낮에 보아도 아름답지만 달빛에 젖은 모습은 더욱 아름답다. 그래서 수원문화재단은 달이 사람들의 심성에 깊이 파고드는 점에 착안하여 ‘달빛 품은 수원화성을 거닐다’라는 주제로 ‘수원화성 달빛동행’이라는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달빛동행’은 5~7월 상반기와 8~10월 하반기로 나뉘어 매월 음력보름 전ㆍ후 달빛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기간 동안 20회, 매회 120명의 관람객을 대상으로 수원화성에서 진행하는데, 2014년 시작 이래 38회 동안 매진기록을 이어가며 4천여 명의 유료관람객과 함께한 수원시의 대표 야간관광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달빛동행’은 성곽의 아름다운 달빛야경을 통해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고품격 야간관람 프로그램으로서 문화관광해설사(달빛지기)가 들려주는 깊이 있는 해설과 함께 수원화성 성곽 길 따라 달빛 야경을 즐기고 조선시대 행궁의 건축의 백미, 화성행궁에서 펼쳐지는 전통연희를 감상하는 순서로 구성돼 있다.
그 중 화성행궁 후원에 있는 정자(미로한정)에서 대금연주에 얹어 시조와 전통 입춤이 어우러진 공연 ‘선비의 풍류’는 마치 관람객이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 빠져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몽환적 착각을 하게 할 정도로 일품이다. 특히 화홍문 인근 용연(龍淵)에서 바라보는 달구경과, 방화수류정에서 바라보는 용연(龍淵) 위에 비친 달빛과 어우러진 버들가지를 바라보는 것은 수원팔경 중 으뜸으로서 용지대월(龍池待月)이라 하여 인공과 자연이 어우러진 한 폭의 장관을 이룬다.
또한 달빛동행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야간 화성열차’는 달빛을 품어 황금색으로 빛나는 웅장한 성곽의 모습을 한눈에 즐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며, 마지막 코스인 화성행궁 유여택(維與宅)에서 경기도립국악단과 무용단이 함께 펼치는 ‘궁중연희 달빛향연’은 우리 전통예술 진수의 향유와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수원화성 달빛동행’은 성공한 관광 콘텐츠로 자리를 잡았다. 몸과 마음이 지친 도시인들에게 아름다운 수원화성의 야경을 바라보며 도심 속 고궁에서 마음의 치유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달빛동행’을 자신있게 추천 드리고 싶다.
김승국 수원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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