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부들은 갈등을 회피하거나 또는 근본적으로 극복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여 체념하며 살아간다. 또는 자녀가 결혼을 할 때까지 참고 있다가 이혼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혼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자녀에게 큰 상처와 불행을 안겨 줄 수 있으므로 갈등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갈등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하나의 대안으로서 필자는 부부 간 체면을 세워주는 대화방식을 제안하고 싶다. 브라운과 레빈슨(1987)은 인간은 외부에 드러내고자 하는 긍정적 이미지 즉 ‘체면(face)’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화할 때 서로의 체면을 존중하는 것이 관계유지에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체면은 두 유형의 욕구와 관계된다.
하나는 타인으로부터 구속되거나 간섭받지 않고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으로부터 존중,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다. 브라운과 레빈슨은 모든 인간은 이 두 유형의 욕구를 갖고 있어서 항상 이를 보호하고 지키고자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타인으로부터 손상받을 때 체면의 위협을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갈등을 겪는 대부분의 부부는 상대의 체면을 무시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경도되고, 의사소통은 공격과 논쟁으로 이루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표현방식이 부부 간의 부정적 의사소통 패턴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쪽이 체면 위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면 다른 한쪽도 그렇게 되고 이는 계속해서 부정적 대화분위기를 낳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갈등은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갈등 해소의 실마리는 체면을 세우는 메시지와 언어습관을 갖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함께 살다보면 의견의 대립이 생겨 비판이나 불평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능한 한 상대의 체면을 위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상대의 체면을 세우는 것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비언어적인 표현이다. 부부 간 갈등의 많은 원인이 경멸적인 태도, 비웃음, 무시하는 얼굴 찡그림 등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부부 간 체면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요령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말을 적게 하고 상대의 말을 많이 듣는 습관을 가져라. 듣는 습관은 존중, 배려의 의미를 전할 뿐만 아니라 상대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 갈등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상대를 판단하거나 평가하는 것 대신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둬라. 상대에 대한 불만을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로 했잖아요! 당신은 정말 너무 게을러!” 라고 하지 말고 “음식물 쓰레기를 아직도 버리지 않아서 정말 당황스러워요! 지금 좀 치울 수 있어요?”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상대의 체면을 세우는 적절한 언어와 비언어의 조합이 매우 중요하다.
부부 간의 갈등의 대부분은 사소한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상대의 체면을 위협하는 거친 말투, 고압적인 태도, 공격적이고 논쟁 일변도의 대화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무심코 던진 나의 표현이 갈등을 유발했다면 이에 대한 성찰과 예방법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행복을 추구하는 모든 부부에게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조용길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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