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한 가톨릭 공식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교황의 말씀은 “이슬람과 폭력을 동일시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거의 모든 종교에는 항상 소수의 근본주의자 집단이 존재하고 있고 우리 가톨릭 교회도 그렇다”라고 조심스럽게 이 테러가 더 확대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대부분의 성당에서는 미사를 통해서 “모두에게 증오 대신 사랑을”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종교 간 화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IS(이슬람 국가) 무장단체는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테러가 종교전쟁으로 확전되도록 부추기고 있습니다. 물론 종교는 가톨릭 교회를 지칭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기엔 십자군 전쟁이라는 참혹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십자군 전쟁은 11세기에서 13세기까지 중동과 유럽에서 일어난 이슬람교와 가톨릭이 주도해서 이스라엘을 비롯한 성지 장악 및 탈환으로 시작된 종교전쟁입니다.
이슬람교는 아라비아의 예언자 무함마드에 의해서 7세기 초에 시작됩니다. 그런데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창세기 인류의 조상이라고 일컫는 아브라함의 하녀인 하가르에서 태어난 이스마엘을 이슬람의 조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유대교에 이어 모든 인류는 아브라함의 본부인인 사라에게서 태어난 이사악에서 시작된 것으로 성경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따지고 보면 가톨릭을 비롯한 그리스도교 신도는 물론 이슬람도 성경에서 제시한 아브라함을 자기들의 조상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같은 조상을 모시는 한 핏줄에서 태어난 후손들이 세계의 참극을 빚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비극의 역사가 있습니다. 11세기 당시 유럽에서는 가톨릭의 위세가 정치 사회 경제 등을 장악하면서 이교도인 이슬람교를 말살하려고 시도합니다. 여기서 생겨난 것이 이름하여 십자군입니다. 십자군이 시작될 때는 외적으로는 성지를 보존하고 장악하려는 의도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천인공노할 사건들이 이들에게서 저질러집니다.
현재까지도 특히 이슬람교의 극단주의자 IS는 유럽은 물론 전 세계를 향한 테러에 더욱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번 가톨릭 사제를 살해하게 된 사건은 바로 과거 십자군에 의해서 엄청난 비극을 겪었던 이슬람인들의 가톨릭 교회에 대한 보복의 의도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바라는 것은 여러모로 전쟁의 불씨를 피워 세계전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우리 가톨릭 교회는 발 빠르게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이태리 등의 가톨릭 교회에서 “증오 대신 사랑”이란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미사 등 여러 가지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여러 나라의 성당에서는 이슬람의 무슬림 지도자들과 함께 종교 간 화합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IS가 꾀하고 있는 세계 전쟁으로 크게 비화되는 것을 막자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톨릭 교회는 이 기회를 통해 과거에 저지른 십자군의 만행에 대해 어떤 모양으로든지 자성의 방법을 찾아서 이들과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극단주의자들과의 소통의 길은 아마도 가톨릭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최재용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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