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같은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인간관계가 중요하고 그리고 식사나 술을 함께 하며 선물을 교환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그것이 부정청탁이나 비리로 이어지는 것은 순간이다. 친구인 검사에게 주식을 주거나 차를 제공하기도 하고, 프로 스포츠선수가 친척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승부조작을 하기도 한다. 김영란법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문화적 혁명’이 일어나고 맑은 사회로 가는 데 큰 전기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필자는 1983년 교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때는 교수가 강의용 교과서를 채택하면 출판사로부터 사례금(교재채택비)이 제공되었다. 당시로써는 자연스런 일이었다. 그러나 교수들 사이에 말들이 있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부 교수들은 개인적으로 교재채택비 수수를 거부하고 그만큼 교재비를 학생들에게 할인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박사과정의 논문심사도 그렇다. 대체로 세 번 이상 심사를 하게 되는데 과거에는 적어도 한번 괜찮은 자리에서 식사를 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주는 심사료 말고 학생으로부터 ‘교통비’를 제공받았다. 그러나 요즘은 심사위원들을 학교의 구내식당에 초대하는 것도 힘들어졌으며 가벼운 식사자리를 마련하더라도 학생이 아닌 지도교수가 계산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깨끗해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함정은 많다. 법인카드는 여전히 사적인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직원들끼리 가볍게 식사하는 자리도 회의비로 지출하고, 친구들 하고 술 한 잔 하면서도 업무용으로 처리한다. 애매한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는 애매한 경우 회사의 법인 카드를 사용했다면 이제는 애매한 경우는 개인카드를 써야 한다.
필자가 해운사 경영컨설팅을 할 때 노르웨이 지사에 있는 인사 임원이 하는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한국의 임원들은 급여 외에 회사로부터 제공 받는 것이 많더라고요. 식사도 공짜가 많고, 차도 전화도 회사에서 제공을 받고… 노르웨이에서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요즘은 웬만한 기관이면 윤리강령이나 행동수칙이 있다. 그런데 필자가 윤리경영에 대한 교육을 나가 보면 그런 규칙을 자세히 읽어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심지어는 10년 전에 만든 것을 개정 없이 그대로 두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김영란법은 조직마다 윤리강령을 다듬는 계기가 되어야 하고 경영의 윤리성과 개인의 도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조영호 아주대학교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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