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와 용인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뮤지컬스타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신청서를 작성하던 어느 예술대학생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문제는 이 한숨이 한 학생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예술대학 재학생 모두의 한숨이라는 사실이다. ‘프라임사업’이라 불리는 정부의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은 미래의 산업수요에 따라 공학 계열의 정원을 늘리기 위해 상대적으로 인문예술계의 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변질되고 있다.
더구나 교육부는 ‘프라임사업’ 외에도 취업률 성과를 토대로 한, 대학교 자체적인 정원 조정 및 학과 개편 실적을 학교 평가 및 지원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각 대학교는 부랴부랴 인문예술계의 정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시작했고 당연히 학생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문계 분야는 철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사회적 반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전국의 대학교들은 학교 운영의 효율화를 위해 변화가 필요했고 결과적으로 예술 대학이 그 피해를 모조리 뒤집어쓰게 되었다. 한마디로 정부가 예술을 꿈꾸는 학생들의 앞길을 막는 모양이 되고 말았는데 이러한 결과가 가져올 미래의 지역문화 모습은 암울하기만 하다.
‘문화융성’의 정책과 함께 그 근원을 지역에서 찾고자 하는 정부의 문화진흥정책은 나름대로 지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정책을 추진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특히 지역의 예술관련 대학 지원 정책이 더욱 절실한 작금의 상황에서 교육부의 대학 지원 정책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과거의 문화예술 중앙 집중화 현상에 의해 서울 및 수도권 예술대학은 다행히도 폐과라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 문제는 지역이다.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인력 양성은 뒤로 미룬 채 지역 소재 대학들은 당장의 살길을 찾아 무분별한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그중 최악의 상황이 바로 예술관련 학과의 폐과인 것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이쯤에서 지역 문화의 미래를 예상해보면 참담해질 뿐이다. 지금도 예술가를 꿈꾸는 지역의 청소년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중앙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그나마 막아주고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지역 소재 예술대학이었다. 다시 말해서 지역 소재 대학의 예술 전공 학생들은 그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일차적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그토록 필요한 인력양성의 산실이 자의반 타의반 심각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오늘도 지역의 많은 예술대학 학생들이 우리의 예술대학은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외치고 있다.
물론 정부의 ‘프라임사업’은 우리나라 미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일종의 청사진이다. 하지만 예술적 특성을 감안하지 않는 정부의 사업 추진과 대학의 구조 조정이 학생들을 방황하게 하고 있다. 사실 예술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의 취업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꿈꾸는 젊은이들은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예술을 선택하는가? 이제라도 시각이 달라져야한다. 좋은 옷을 입고 좋은 것을 먹으며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지만 그것을 뒤로 미루고 예술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위한 ‘프라임’은 무엇일까? 그 근본적인 고민과 정책이 필요한 이 시점에서 예술대학 학생들을 위한 ‘프라임’ 사업을 기대해본다.
김혁수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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