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예술도 때론 불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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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진리와 자유를 갈망하는 구도자들은 편안한 일상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일상은 불편함의 연속이며 이것이 수행의 과정이 된다. 수행의 방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을 절제하고 통제하는 데에 맞추어져 있다. 

화려하고 멋진 옷 대신 몸을 가리는 정도로만 입고, 기름지고 입맛을 돋우는 감미료는 넣지 않은 음식으로 최소한의 에너지원을 섭취한다. 거처하는 곳도 단순 소박하다. 이렇듯 의식주가 일상에서 추구하는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다. 

숨을 쉬는 것조차 자율신경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으로 일상에서 길들여진 호흡법을 거스르며 숨쉬기를 한다. 명상이나 단전호흡의 원리를 따지면 모두 불편한 호흡법이다. 그래도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동서양과 고금을 통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수행방법이다. 편안한 몸과 마음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이면을 읽을 수가 있다.

 

중국의 고전 서경(書經)은 BC 600년경에 만들어진 책으로, 성왕(聖王) · 명군(名君) · 현신(賢臣)이 남긴 이야기를 담은 중국 정치의 규범이 되는 책이다. 주공 편에 나오는 무일(無逸, 편안하지 않음)이라는 글이다. “군자는 무일에 처해야 한다. 먼저 노동의 어려움을 알고 그 다음에 편안함을 취해야 비로소 백성들이 무엇을 의지하여 살아가는가를 알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건데, 그 부모는 힘써 일하고 농사짓건만 그 자식들은 농사일의 어려움을 알지 못한 채 편안함을 취하고 함부로 지껄이며 방탕 무례하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를 업신여겨 말하기를, 옛날 사람들은 아는 것이 없다고 한다.”

 

이러한 무일의 정서와 사상은 중국의 지도층과 엘리트 계층이 지녀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 계승되었고 1957년과 1980년대 중국 전역에 대대적으로 실시된 하방운동(下放運動)으로 이어진다. 상류층 간부들을 농촌이나 공장으로 보내 노동에 종사하게 하고 고급 군 간부들을 사병들과 같은 내무반에서 기거하며 현장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운동이었다. 

간부들의 관료주의 ·종파주의 ·주관주의를 방지하고 지식분자들을 개조하여 부패한 관료가 되지 말라는 이 운동으로 문화혁명 기간 동안 1천만 명이 넘는 인원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잘 알다시피 시진핑도 하방을 통해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오만한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 마침내 중국의 지도자로 부상했다.

 

무일과 하방은 한마디로 불편함을 택하는 것이다. 스스로 고행을 택하면서 성성하게 살아있는 정신을 얻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주변을 보면 정말 마음이 편치 않다. 국민의 눈높이는 고사하고 온통 부패한 쓰레기 냄새가 진동을 하니 안 그래도 삼복더위에 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열불이 난다.

 

예술분야도 마찬가지다. 예술이 정치에 예속되고, 성과주의와 대중만 선호하는 양적 우선주의, 그리고 공적지원에만 의존하는 상황에서는 깨어 있는 예술의 정신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렇게 길들여져 생산된 작품은 거의 모두가 달콤하고 화려하고 기름지다. 

문화가, 예술이 국민 행복에 진정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불편한 부분을 드러내야 한다. 고행을 통해 자유로움에 이르고자 하는 인간 정신의 가치가 유효하다면 상처 나고 아프고 흉물스럽고 희망 없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치부를 드러내야 한다. 불행이 없으면 행복도 없질 않은가.

 

서민의 불편을 모르는 지도층이 불편한 예술에는 지원을 하지 않고, 길들여져 아름답고 말랑말랑한 예술만 선호하면 희망이 없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 했다. 무더위와 습기로 불편한 여름날의 단상이다. 예술도 때론 불편해야 한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아트기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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