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사업회, 문학관 건립 요청
생전 연고 의정부시 묵묵부답
‘천상의 시인’ 천상병 시인의 유품이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4년이 넘게 구리시 갈매동 한 극단 창고에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천상병 시인 기념사업회는 그동안 의정부시에 관리나 문학관 건립 등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시는 답을 주지 않고 있다.
26일 기념사업회 측에 따르면 장암동 천상병 시인이 생전에 살던 고택이 의정부IC 개설로 철거된 뒤 부인 목순옥 여사는 지난 2010년 별세 전까지 장암동 수락산 기슭의 집으로 이주해 살았다. 이 집마저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처분될 처지가 되자 기념사업회 측은 2011년 유품을 수습해 구리시 갈매동의 극단창고로 옮겼다. 목 여사가 살던 집은 지난 2012년 5월 개인에게 매각됐다.
기념사업회 측이 보관하고 있는 유품은 원고, 편지, 사진, 책 등과 책장, 책상, 의자, 생활집기 등 500여 점으로 110여개 박스에 이른다. 기자가 찾아가본 창고엔 극단의 다른 물품과 함께 천상병 시인의 유품 박스가 쌓여져 있었고 일부 자료는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분류돼 보관돼 있었다.
기념사업회 측 관계자는 “그동안 천상병 시인과 연고가 있는 의정부시와 노원구에 문학관 건립이나 관리 등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며 “창고마저 곧 비워줘야 할 처지로 유품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천 시인 부부는 결혼 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10년, 의정부 장암동에서 13년 정도 살았다. 의정부시에는 천 시인의 시 ‘귀천’에서 이름을 따온 ‘소풍길’이란 둘레길이 있고 해마다 천상병 예술제가 열리고 있다. 노원구 역시 수락산 등산로를 ‘천상병 등산로’로 명명하고 천상병공원도 만들어 천 시인을 기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천상병, 목순옥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 회원 20여 명은 지난 2013년부터 시낭송 모임 등을 통해 문학관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의정부지역 문화단체 한 관계자는 “의정부시가 문화·관광도시를 내걸고 각종 개발사업엔 열중이면서도 의정부의 대표적 문화적 자산인 천상병 시인과 관련된 사업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의정부시 관계자는 “의정부의 중요한 문화적 자산임에 공감한다”며 “문학관 건립 등 당장은 어려워도 관리하는 방안을 강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동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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