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인성교육과 토론

최근 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에서조차 인성교육을 강조한다. 주지하다시피 인성교육은 인간의 기본적 됨됨이를 갖추게 하는 것으로 전문적인 특별한 콘텐츠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적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에서 인성을 중요한 교육의 목표로 삼고 있는 현 실태를 과연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개탄을 금할 수 없는 일이며 철저한 분석과 함께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야 할 때다.

 

인성을 갖추었다는 것은 인간다움의 품성과 태도를 지녔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개 이것을 도덕이나 윤리의 개념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도덕이나 윤리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그 내용과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변치 않는 것은 아마도 관계적 사고와 실천 속에서 인간다움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성교육의 핵심은 관계성을 도모하고 실천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이런 교육이 주로 가정에서 이루어졌다.

상대방을 존경하고 자신을 낮추는 법을 가르치면서 공동체 안에서 조화롭게 함께 사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함께하면 손해 본다는 인식, 상대방을 타도해야 내가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슬그머니 우리의 뇌를 지배하고 말았다. 인간관계에 공룡시대 약육강식의 논리가 침범한 사회가 되었다.

 

우리사회의 폭력성은 특히 토론에서 나타난다. 사회의 쟁점에 대해 찬반으로 나누고 반론과 재반론의 의견개진을 통해 공통의 합의를 모색하고자 하는 본연의 목적은 사라진지 오래다. 토론을 마치 ‘전쟁’으로 간주하여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데만 혈안이 돼 있는 것이 우리사회의 일반적 토론의 모습이다. 더 큰 문제는 언론에서 이를 독려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간단치 않다. 아마도 우리사회의 다양한 병리적 현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해결을 위한 하나의 실마리는 오히려 작은 변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관계성의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제대로 토론하는 법을 가르치는 데서 말이다. 

이를 위해 우선 적절한 토론교재가 시급하다. 토론은 무엇인가를 함께 만들어가는 ‘대화적 논쟁’의 과정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런 과정을 실천하게 하는 교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자신도 틀릴 수 있다는 열린 마음가짐’, ‘공통의 대안을 모색하는 협력적 태도’는 중요한 교육목표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교육의 방향도 수정 보완되어야 한다. 

기존의 논쟁능력만을 키우는 것에서 탈피하여, 합의 도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한편으론 논쟁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협력하는 프로세스, 즉 과정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한 세부내용으로 ‘대안을 위해 비판하기’, ‘상대의 타당한 비판 인정하기’, ‘상대의 입장 정확히 이해하기’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하겠다.

 

인성은 관계적 가치를 배우고 실습하는 교육으로 회복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가치를 반영하는 ‘대화적 토론’을 통해 학생들에 대한 인성교육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조용길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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